강진 피해가 큰 시리아 알레포에서 구조된 시리아 어린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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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도 없고, 도움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BBC 기자가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 만난 한 주민의 눈물 섞인 하소연을 듣고 12일(현지시간) 르포 기사의 제목으로 뽑아 올린 문장이다.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도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지진은 국경을 초월했지만, 시리아에 대한 국제 구호 활동은 국경 검문소에 의해 가로막혔다.
튀르키예에서 시리아로 국경을 넘은 BBC 기자는 국경을 사이로 남부 튀르키예와 북부 시리아의 모습이 전혀 딴 세상이었다고 전했다.
"남부 튀르키예에서는 중장비가 요란히 움직였고 탐지견은 물론 구조대원 수천 명이 생존자를 찾기 위한 작업을 벌였지만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서부에 갔을 때는 그 어떤 구조작업도 진행되는 게 없어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고대부터 시리아는 동서남북 무역의 요충지로 풍요의 땅이었고 다양한 민족, 종교, 문화가 존재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절망'을 상징하는 나라로 변해버렸다.
지진으로 파괴된 시리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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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는 두 도시 알레포와 다마스쿠스가 주요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통적으로 남쪽 다마스쿠스는 종교적 권위가 강한 도시였고, 북쪽 알레포 지역은 무역이 번성한 도시였다.
그런데 시리아 집권세력이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하면서 자연스레 북쪽의 무역도시였던 알레포에서 반발이 커졌고 이 지역이 반군 세력의 중심지가 됐다.
특히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내전이 10년 이상 계속되면서 시리아 북서부는 더욱더 고립된 땅이 돼 버렸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민주화 시위로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이 지역이 바로 이번 튀르키예 강진으로 시리아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공격으로 이미 도시 기능이 마비된 지역이 많은데, 초대형 지진까지 벌어지면서 말그대로 '아비규환'이 된 것이다.
지진 피해가 매우 심각한데 현지를 장악하고 있는 반군은 자력으로 이들을 구해낼 능력이 없는 데다 반군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눠진 상황이라 힘을 한 군데로 모아낼 수가 없다.
시리아 정권은 반군의 본거지인 이들 지역에 대한 지원에 미온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어서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강진의 주요 피해 지역인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는 지난 9일에서야 첫 유엔 구호 물품이 전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엔 사무총장마저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 대해 "완전한 재앙 그 자체의 모습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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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리아는 화학무기까지 쓴 아사드 정권의 폭정으로 40만 명이 사망했다. 해외로 도피한 난민이 500만 명, 국경을 넘지 못하고 떠도는 난민도 7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냉전 종식 후 최대 규모의 희생자가 나왔지만, 국제사회는 애써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또 강진 피해가 덮쳤지만 국제사회는 또 한 번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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