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강추위에 거리로 내몰린 생존자들이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한 채 전기와 통신까지 끊기면서 ‘2차 재난’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WHO는 이번 지진으로 약 2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9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로버트 홀든 WHO 지진 대응 책임자는 전날 “수색·구조 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진으로 인한 초기 희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2차 재난’을 맞을 수 있다”며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환경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AFP통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진앙에 가까운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선 여진을 우려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생존자들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추위에 거리와 자동차에서 담요에 의지한 채 노숙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겨울 폭풍까지 몰아치는 상황이다.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튀르키예 시민들 (안타키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9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의 한 실내체육관에서 시민들이 대피해 있다. 2023.2.10 yatoya@yna.co.kr/2023-02-10 02:38:14/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9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로버트 홀든 WHO 지진 대응 책임자는 전날 “수색·구조 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진으로 인한 초기 희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2차 재난’을 맞을 수 있다”며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환경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AFP통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진앙에 가까운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선 여진을 우려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생존자들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추위에 거리와 자동차에서 담요에 의지한 채 노숙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겨울 폭풍까지 몰아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축구 경기장이 거대한 이재민 대피소로 변했고, 체육관과 마을 소방서는 시신 안치소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알레포 인근 도시 아타리브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네하드 압둘마지드는 NYT에 “지진이 발생한 지난 6일부터 우리 병원에서만 시신 148구를 거뒀다. 내전 중에도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내 평생 본 가장 참혹한 현장”이라고 했다.
시리아에서는 12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여러 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콜레라 등 치명적 전염병, 호흡기 질환, 상처 부위의 2차 감염이 창궐해 공중보건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라고 WHO 전문가들은 전했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시리아에서 보고된 콜레라 환자는 약 8만5천 명에 이른다.
WHO는 콜레라가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전염을 막으려면 깨끗한 물 공급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을 겪은 이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 대응팀장은 “지역사회가 지난 60시간 동안 겪은 심리적 스트레스는 60년 동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 물자를 확보하더라도 수송 문제로 이재민에게 전달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강진에 이어 수십 차례 발생한 여진으로 인해 주요 도로와 교량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구호 통로이자 국경 통제소가 있는 바브 알하와는 주변 도로가 파괴돼 국제사회의 원조가 제때 미치지 못하고 있다.
NYT는 “바브 알하와 국경 통제소에선 구호품 대신 가방과 담요에 싸인 시리아 난민들의 시신만 통과하고 있다”며 “그들은 내전을 피해 튀르키예로 갔다가 이번 지진 희생자가 됐다”고 전했다.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 ‘골든 타임’(72시간)이 끝나가는 가운데,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전해졌다. 튀르키예 일간지 후리예트는 8일 카라만마라슈의 무너진 아파트에서 18개월 된 여아와 아이의 어머니가 지진 발생 56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임신한 상태의 어머니는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도 딸에게 모유를 먹이며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오전에는 카라만마라슈의 붕괴한 아파트에서 5세 소녀와 부모가 지진 발생 73시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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