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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또 SNS 주의보…김서현이 실감한 유명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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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신인 투수 김서현(19·한화 이글스)은 최근 며칠간 '유명세'의 무게를 뼈저리게 실감했을 듯하다. 지인들 보라고 쓴 험담 몇 줄, 별생각 없이 누른 '좋아요'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체험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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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 피칭을 하는 김서현. 최고 시속 151㎞를 찍어 박수를 받았지만, 이후 SNS 비공개 계정에 쓴 험담이 유포돼 곤욕을 치렀다.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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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은 올해 프로에 입단한 신인 선수 중 가장 많은 계약금(5억원)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시작한 한화 1군 스프링캠프에도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첫 불펜 피칭에서는 가볍게 최고 시속 151㎞를 찍었다. 그를 향한 기대감과 관심은 더 커졌다.

그런 김서현이 지난 7일부터 사흘간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훈련장으로 향할 때, 홀로 숙소에 머물렀다. 지인 수십 명만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 비공개 계정에 일부 코치와 팬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구단 자체 징계를 받은 탓이다. 한화 관계자는 "비공개 부계정 글이 인터넷에 퍼진 것을 발견한 뒤 김서현 본인이 쓴 것이 맞는지 확인 절차를 거쳤다. 선수가 '자신이 썼다'고 인정해 일시적으로 훈련에서 배제하는 근신 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징계 수위가 높지 않았던 이유는 김서현이 '공개 저격'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서현은 비공개 부계정을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 여과 없이 자신의 감정을 쏟아냈다. 그런데 제삼자가 팔로워 중 한 명에게 그 캡처본을 입수해 인터넷에 공개해버렸다. 특급 신인의 이면에 실망한 팬들은 삽시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벌써 코치의 지시에 불만이 많다는 이유로 김서현에게 '건방진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캡처본 유출자가 기대했던 그림이 그대로 현실이 된 셈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아직 어린 김서현이 이번 실수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프런트와 상의해 징계를 결정했다"며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서현도 비공개 계정을 탈퇴한 뒤 "프로 선수로서 생각도, 행동도 경솔했다. 앞으로 SNS 사용에 주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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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김서현은 올해 입단한 신인 중 가장 많은 계약금 5억원에 사인했다.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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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SNS 사태'는 9일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한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달린 '하트' 하나가 문제였다. 김서현은 숙소에서 자숙을 시작한 첫날, 다시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자신의 공개 계정으로 서산에 있는 입단 동기들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 SNS 문제로 훈련에서 제외되고도 곧바로 다시 SNS 세상에 선명한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팬들의 분노는 다시 불타올랐다. "정말 반성하고 있는 게 맞나", "자숙 중인지, 휴식 중인지 모르겠다" 등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서현이 황급히 '좋아요'를 취소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스마트폰 버튼 두 개만 누르면, 모든 흔적이 '박제'되는 세상이다. 야구를 잘해서 유명해진 김서현은 프로에서 첫 공을 던지기도 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혹한 신고식을 치렀다. 한화 관계자는 "추후 내규에 따라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첫 연봉도 받지 않은 신인 김서현의 상황을 고려한 건데, 이 '하트' 하나로 벌금 액수가 더 커졌을 듯하다.

SNS 활동은 개인의 자유지만, '유명인의 자유'에는 필연적으로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말 한마디, 댓글 한 줄, 사진 한 장, 하트 하나를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다. 김서현뿐 아니라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가 수시로 새겨야 할 교훈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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