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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다음 소희' 김시은 "넌 강하고 소중한 아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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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다음 소희 김시은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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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신인 배우 김시은은 막힘없었다.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열정이 인터뷰 내내 전해졌다. 첫 장편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한 김시은이 '다음 소희'를 만날 수 있던 이유다.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제작 트윈플러스파트너)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콜센터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7년 발생한 전주 콜센터 실습생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해 감정 노동자들의 실태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김시은은 합류 과정에 대해 "영화 '너와 나'를 먼저 찍었는데 그때 조 감독님이 '다음 소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대본을 읽게 됐고 오디션을 보게 됐다. 제가 첫 번째로 오디션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독님을 뵙고 평범한 대화를 나눴다. 대사 한 줄 하지 않았는데 '다음에 만나게 되면'이라고 하더라. 그날 바로 저로 결정이 났다"고 밝혔다.

김시은은 극 중 콜센터 실습생 소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춤을 좋아하는 당찬 여고생이었지만, 콜센터 실습생이 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다.

소희 역에 욕심이 있었다는 김시은은 "저와 같은 또래의 배우라면 누구나 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정주리 감독, 배두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욕심이 났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큰 울림이 있었다. 대본을 읽기 전까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모르다 나중에 알게 됐다. 그때부터 기사를 찾아보며 소희에 대해 연구했다"고 전했다.

실제 사건은 SBS 시사교양 '그것이 알고 싶다', 기사로도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참고하지 않았다고. 김시은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혹시라도 기사만 보고 소희를 받아들일까 봐.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한 장면이라도 거짓되게 하면 나중에 후회스러울 것 같았다. 진심을 다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상담원이 된 후 점점 빛을 잃어가는 감정선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김시은은 "시간에 따라 소희가 고립되고, 점점 기계처럼 말하며 담담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며 "직접 콜센터를 찾아가진 않았지만, 부모님이 상담원과 얘기할 때 스피커폰으로 전해 듣거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연구했다. 상담원분처럼 수백 번 연습해야 할 것 같았다. 눈 뜨자마자, 길을 가다가 대본을 읽어보며 연습했다"고 밝혔다.

또한 "콜센터 장면은 녹음본이 아니라 고객 역할을 맡은 배우와 연기한 거다.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좀 더 즉각적인 반응을 얻고 연기했다. 특히 성희롱 장면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눈물이 날 뻔했는데 감독님이 울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점차 소희가 된 김시은은 '다음 소희' 초반을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 감정의 변주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오롯이 표현됐다. 김시은은 "정주리 감독님은 섬세하고 확실한 분이다. 소희로서 흔들린다고 하면 요점을 잡아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시나리오에 집중해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사소한 거 하나하나까지 다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다음 소희'를 통해 성장했다는 김시은이다. 그는 "제가 변화하는 모습을 찍는 과정이 재밌었다. 이전에 드라마 촬영을 했을 당시에는 제가 이끌어간 적도 없고, 인물에 깊게 파고든 경험도 별로 없었다. 이번에 귀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가맥집 촬영은 귀한 경험 중 하나였다고. 김시은은 "가맥집에서 맥주를 마시다 빛을 보는 장면을 10~12번 찍은 것 같다. 한 장면을 그렇게 오래 찍은 적은 없어 내 자신이 답답하더라"며 "당시 빛이 실제로 보이지 않았는데 보인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건 감독님이 보기엔 아니었던 것이다. 그걸 캐치하시니 너무 놀라웠다. 그런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하나하나 진심을 담아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진심을 불태운 만큼 작품은 사람 김시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김시은은 "제목부터 다음 소희에 대한 걱정과 관객들에게 다음 소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사회에 다시는 이러한 소희가 없으면 좋겠지만 다들 묵묵히 버틸 뿐이지 계속 있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영화 속에서 아무도 자기의 책임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현실이구나 싶었다.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저도 어쩌면 내 탓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더라"며 "극 중 장학사가 '적당히 좀 합시다'란 대사에서 펀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 부분을 계속 보게 됐다. 너무 착잡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소희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도 애정과 위로를 건넨 김시은이다. 그는 "소희에게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넌 강하고 소중한 아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묵묵히 견뎌오는 소희들한테 영화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시은은 지난 2019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지만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4년 차 배우 김시은이 꿈꾸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아직까지 특정한 목표는 없지만 단단하고 유연한 생각을 가진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야 관객들에게도 건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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