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기준 상향 놓고 갑론을박
제도개선 찬성 여론 등에 업고
서울·대구·대전 등서 검토 나서
노령층 경제적 부담 가중 우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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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세계일보 취재진과 만난 대학생 최연수(22)씨는 집과 학교를 오가며 하루에 2번 정도 지하철을 타는데 매달 교통비로 9만원 상당을 지출한다. 그는 “노령화가 계속되는 추세다 보니 갈수록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며 “무임승차가 가능한 연령을 조금 높여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모(34)씨 역시 “무임승차 연령이 상향된다면 적자 폭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요금이 인상되는 시기가 늦춰지지 않겠느냐”며 “요금을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면서 사업 목적으로 한 달에 10번꼴로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소병숙(76)씨도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65세면 일할 나이인데 지하철 요금은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하철 적자가 늘어날수록 나라가 빚을 지는 셈이기 때문에, 무료로 타는 데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2020년 11월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처럼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악화 요인에 대해 응답자의 47.2%는 ‘무임승차 제도’를 꼽았고, 무임승차 제도에 대해 ‘폐지’(22.3%) 또는 ‘변경이 필요하다’(46.3%)고 답한 응답자를 합치면 70%에 육박했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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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최근 대구를 시작으로 서울과 대전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은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앞장서 운을 띄우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실에서 윤영석 위원장, 여당인 국민의힘의 류성걸 간사,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간사와 만나 “무임수송이 부담스러운 단계에 와 있고, 8년간 (요금을) 올리지 못해 적자폭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요금 인상을 해야 하는데 인상폭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정부에도 부탁드리고 국회 차원에서도 법령 개정이 필요해 협조를 요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중교통의 적자를 이대로 방치해서 안 된다는 데 상당히 공감한다”며 기재위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회동 후 취재진에 “여야 의견이 다르지 않은 사안”이라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이미 선제적으로 연령 상향 작업에 착수해 오는 6월 말부터 만 70세 이상 시민에 버스 무임승차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도시철도 무임승차 기준은 현재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린다고 밝혔다. 전날 대전시에서도 오는 9월부터 만 70세 이상 시민에 시내버스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대전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인 이 사업은 당초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다만 노인단체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인빈곤율을 감안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을 갑자기 높이게 될 경우 노인 빈곤층의 경제적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무임승차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편익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노령층이 오가는 과정에서 지역 경제가 조금 더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고, 이들이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 사무처장은 “무임승차 제도가 지하철 적자의 주된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 연령을 조금 올린다고 해서 당장의 지하철 적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며 “이동권과 복지의 차원으로 접근해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년 전 정년퇴직한 이후 지인 집을 방문하거나 공원 등을 찾기 위해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정모(67)씨도 이날 취재진에게 “국민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무임승차 적용을 받지 못하면 한 달에 최소 10만원은 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백준무·김주영·최우석 기자, 대전=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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