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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30 영끌 수요 ‘고금리’에 시들…노후 아파트 ‘몸테크족’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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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노원구 아파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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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계속된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한 집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율이 평균 30%를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1년 사이 2.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8일 한국부동산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 29만8581건 가운데 매입자가 20·30세대인 거래는 8만4835건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전체 아파트 매매 66만9182건 중 20·30세대가 20만7392건을 사들이며 31.0%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1년 사이 2.6%포인트 감소했다.

앞서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율은 2019년 28.3%에서 2020년에는 29.2%, 2021년에는 31.5%로 높아졌다. 2020~2021년까지만 해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20·30세대가 주택 매수에 적극적이었지만, 지난해에 가파른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 3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5453건 중 30대 이하 거래량은 1644건으로 전체의 30.14%를 차지했다. 상반기 35.93%와 비교하면 5.79%포인트 떨어졌다.

월별 기준으로는 하락세가 더 뚜렷했다. 지난해 4월 42.30%까지 올랐던 30대 이하 아파트 거래 비율은 10월 26.00%로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월과 12월에도 각각 29.82%, 29.88%로 30% 하회치를 유지했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20년 상반기 34.63%에서 2020년 하반기 40.15%로 증가, 처음으로 40%대에 올라섰다. 2021년에도 상반기 41.42%, 하반기 42.01% 등으로 40%대를 유지했다. 집값 상승기에 조바심을 느낀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서울 집값 상승력의 원동력이 됐다.

다만 정부가 연초 규제지역을 대거 풀고 실거주·전매제한 등을 포함한 거래제약 완화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위축된 매수 심리가 일부 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돼 젊은층 매수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1월 마지막주(지난달 30일 기준·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5로 전주(66.0)보다 0.5포인트 올랐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있는 동북권은 지난주 67.6에서 이번주 69.3으로 1.7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부터 6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큰 상승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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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난간이 얼음으로 둘러 쌓여 있다. [사진 =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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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끌 몸테크족(몸+재테크)들이 유독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향후 재건축·재개발, 인근 개발 호재 등을 통한 집값 상승을 바라보며 낡은 집 실거주를 감수했다.

부동산 불장에는 이런 열풍이 더해지며 노후 단지가 몰린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에 찬바람이 불며, 불편한 주거환경에 더해 시장 침체까지 겹쳐 이중고에 빠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에서는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모두 하락한 가운데 특히 지은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서울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05.1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내리다가 11월에는 100선이 무너졌다. 11월 기준 99.4, 12월 기준 96.2를 각각 기록했다. 연초 대비 연말까지 8.9포인트나 떨어진 셈이다.

서울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03.5에서 12월 96으로 7.5 포인트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작년 이전까지만 해도 몸테크 열풍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2021년 4월 말 주요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압구정동·여의도동·성수동·목동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에도, 해당 지역 중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은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서는 바로 다음 달 실거래가 잇따라 규제에도 몸테크족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해 10월에는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2433건으로 아파트(1223건)의 2배 수준이었는데, 당시 강경 규제에 아파트 분양과 매매는 어려우니 빌라 재개발을 노리는 몸테크족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노후화된 주거 환경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버티기’가 힘겨워지는 상황을 맞았다. 최근 무더기 재건축 판정에 더 이상 안전진단 통과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지 못하는 데다 공사비와 금리 인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에 세를 주고 갭투자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고금리에 전세 수요는 줄어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고, 전셋값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20년 초과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03.7에서 12월 기준 92.7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몸테크족 유입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파트 가격 상승 시기에는 몸테크에 뛰어드는 이들이 상당했지만, 시장 하락기에는 그런 현상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가치가 큰 지역에서는 몸테크족 유입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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