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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인터뷰] 이해영 감독 #유령 #성장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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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서 이해영 감독의 별명은 ‘오와 열’이었다. ‘유령’의 미장센을 위해 데칼코마니 같은 디테일을 화면 곳곳에 심어넣어 찾아보는 재미를 부른 것. 이 감독의 장기, 일명 ‘보는 맛’을 제대로 챙긴 밀실추리극 ‘유령‘이다.

영화는 1933년 경성,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은 용의자들이 외딴 호텔에서 탈출하기 위해 펼치는 사투와 작전을 그렸다. 이 감독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영화를 구성하면서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기록을 쭉 찾아봤다. 그들의 싸움과 투쟁이 찬란하더라. 이 타오르는 감정과 느낌을 전하려고 미장센에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던 이 감독. 유령으로 활약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기에 아름답고 우아한 비주얼을 필수적으로 생각했다고. 실제로 극 초반 잠깐 등장하는 배우 이솜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감독은 “난영(이솜) 캐릭터가 비중이 많진 않다. 엔딩까지 큰 존재감을 남기려면 관객들에게 ‘어?’ 하는 느낌이 드는 익숙한 배우이길 바랐다. 이하늬 배우와 조화도 중요하기에 캐스팅이 쉽진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이솜 배우의 팬인데 비중을 따지지 않고 역할에 응해줬다. 정말 매력적인 모습이 카메라 안에 담기더라. 그 매력을 귀중하고 소중하게 받으려고 노력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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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유령’의 시작이 이하늬라고 밝힌 바 있다. 이하늬가 분한 박차경은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이다. 그는 “박차경을 따라가면서 구성하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 영화는 그가 한 명의 동지를 잃고, 또 다른 동지를 얻고, 끝내 대의를 성공시키고 작전을 성공시키는 이야기다. 한정된 장소와 상황을 깨부수도 찢어버리고 폭주하는데까지 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하늬 덕분에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하늬와 설경구의 몸싸움 장면은 ‘격돌’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쥰지(설경구)와 박차경이 호텔 방에서 싸우는 액션신은 날 것 그 자체다.

이 감독은 “영화적으로 컷을 많이 쪼개거나 컷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두 배우의 타격감, 처절함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그래서 대역을 쓰지 못하고 배우가 실제로 해야 했다”고 설명하며 “계급장 떼고 붙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성별 떼고 붙자는 생각이었다. 두 사람이 동등하게 동물적으로 팽팽하게 붙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두 인간이 악에 바쳐서 끈질기게 끝까지 싸우면 좋겠단 느낌으로 찍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하늬가 설경구 선배에 비해 액션 연기를 덜해봤고, 여배우라서 케어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설경구 선배의 주먹이 워낙 크고 힘도 세다. 그런데 몸싸움신을 찍는 순간 (설경구) 선배님 괜찮으신가 싶더라. 이하늬가 설경구 선배님을 역도산에 비유했는데, 이하늬는 힘이 그냥 마동석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도 17년 차 베테랑 감독으로 불리는 이해영. 따져보면 10년 이상 상업 영화에 투자를 받으며 현직에 있는 감독은 몇 안 된다. 큰 돈과 숫자가 오가는 곳. 그 어떤 분야보다 냉정한 영화판에서 ‘독전’, ‘경성학교’ 등을 연출하며 자기 색깔을 확실히 알린 그다.

이 감독은 “새삼 요즘 이렇게 투자를 받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데뷔 10여년이 됐는데 5편이나 만들었다.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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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 대해 묻자 “스스로 느끼기에 매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획기적인 도약은 없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너무 힘들다. 감독들끼리는 ‘뼈 삭는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며 웃는다.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을 이 감독의 부친은 꽤나 반대했다고 한다.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은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이하 마돈나)를 찍는 중에도 막말으로 반대를 이어갔다고. 이 감독은 “‘마돈나’ 후반 작업 때, 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았단 사실을 알았다. VIP 시사 때 건강 문제로 오기 힘들다던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오셨더라”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어디서 우렁찬 박수 소리가 ‘짝, 짝, 짝’ 하고 들렸다. 아버지 혼자 객석에서 일어나 사람들 사이에서,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박수를 치셨다. 단 한 번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없는데. 인정 받고 울컥한 순간이다”라고 감독으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전했다.

그는 “쑥스러운 말인데, 장래희망이 있다. 조지 밀러 감독이 78세인데, ‘매드맥스’를 찍은 게 70세였다. 조금씩 나은 작품을 오래 보여드릴 수 있는 감독이 되는 게 꿈이다”라고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사진=CJ ENM 제공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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