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속 국제기구 유일한 통로 국경지대 주변도로 파손·폐쇄
오랜 내전 겪은 시리아 병상도 태부족…학교 200곳 대피시설로 사용
시리아 튀르키예 국경지대 바브 알하와 수송로 |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국제사회가 튀르키예(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인도주의적 구호 물자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 이번 강진 여파로 막히면서 구호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FP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은 국제사회가 시리아로 구호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국경지대 바브 알하와 주변 도로가 전날 튀르키예와 지진으로 파손되면서 물자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주요 국가들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에 있어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아래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많은 국가 정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비정부기구(NGO)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4년 결의안에서 제시한 방식에 따라 지난 9년간 튀르키예에서 바브 알하와를 통해 시리아에 구호 물자를 전달해 왔다.
이날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들은 바브 알하와 도로가 파손되지는 않았으나 이 도로를 연결하는 인근 도로가 지진 피해로 파손되거나 폐쇄되면서 바브 알하와 국경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WFP는 현재 시리아에 있는 재고 물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곧 이것이 바닥날 것이므로 물자를 추가로 공급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쥘리앵 반스 데이시는 "바브 알하와가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외부 구호물자를 지원할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구호물자가) 바브 알하와에 도착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군지역 알레포의 한 학교에 대피해있는 주민들 |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는 수년간 유엔에서 튀르키예를 통해 시리아 반군 지역으로 구호 물자를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고 시리아 정부가 있는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6일에도 바삼 알삽바그 주유엔 시리아 대사는 유엔에서 대시리아 제재가 구호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한편, 다마스쿠스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시리아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반군 점령지역 1천120명을 포함해 2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랜 내전을 겪은 시리아의 반군 지역에서는 구조된 주민들이 치료받을 병상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시리아 반군 거점인 알레포에서 활동하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책임자 앤절라 키어니는 7일 미국 CNN 방송에 시리아 병원들이 "완전히 과부하 상태"라고 말했다.
키어니는 시리아 병원들은 골절이나 열상 등 외상 환자로 가득 찼고, 정신적 트라우마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니세프가 알레포에서 구호 활동을 개시한 6일 오전 알레포 내 학교 7곳이 병원 등 대피소로 사용됐는데, 현재는 거의 200곳에 가까운 학교가 대피소로 사용돼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학교도 일부 시설이 파손됐지만, 잠옷을 입은 채 집을 떠나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 있다"며 추위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담요와 음식, 깨끗한 물, 의료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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