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고종, 러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당대 최고 공예품 보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크렘린박물관 특별전서 고종 '외교선물' 127년만에 실물 공개

뉴스1

1896년 고종이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맞춰 선물한 '흑칠나전이층농'. (크렘린박물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인 고종(재위 1863~1907)이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전달한 '흑칠나전이층농',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백동향로' 등의 외교선물이 127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서 9일 열리는 특별전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 개막식을 통해서다.

8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크렘린박물관이 출품한 유물들은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이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을 맞아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파견해 전달한 선물 중 일부다.

고종의 선물은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 그 목록의 일부가 언급된 바 있으나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되는 선물은 '19세기 조선 공예·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로 평가받는 '흑칠나전이층농' 1점,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다. 모두 크렘린박물관의 소장품이다.

특별전 전시과정에서 고종이 전달한 선물은 총 17점으로 확인됐는데 나머지 12점은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흑칠나전이층농'의 경우 고종의 특명에 의해 당대에 가장 뛰어난 '나전'(螺鈿) 장인이 제작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하단부에 십장생(十長生)을 '끊음질' 기법으로 새겨 넣어 니콜라이 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잘라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드는 끊음질은 1920년 실톱이 도입되며 유행했는데, 이보다 30여년 앞서 '흑칠나전이층농'에 이 기법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돼 공예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유물이라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흑칠나전이층농'은 지난 2020년 재단이 '국외소재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지원 사업'을 통해 크렘린박물관에 복원예산을 지원함에 따라 이번에 함께 공개될 수 있었다.

뉴스1

고종의 외교선물 중 하나인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4점. 이 중 빨간색 테두리 안의 2점이 크렘린박물관에서 공개된다. (크렘린박물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의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1843~1897)의 '고사인물도'는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는 유물로, 크기만 174㎝가 넘는 대작이다. 크렘린박물관 소장품 4점이 처음 확인됐는데, 이 중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2점이 공개된다.

작품에는 '朝鮮'(조선)이라는 국호가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이란 서명 앞에 붙어 있다. 재단은 외교선물을 전제로 창작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백동향로'의 사각과 원형의 기형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의미하는 것으로, 황제의 치세를 표상하는 대관식의 취지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를 뜻하는 '길상'(吉祥) 문자를 기준으로 직선과 곡선을 융합한 정교한 문양 등 일반 공예품에서 보기 힘든 얼개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고종의 외교선물인 '백동향로'. (크렘린박물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각향로와 둥근향로 몸체에 각각 '향연'(香煙·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라는 글자를 새겨 축원의 의미도 담았다.

재단 관계자는 "나라 밖 중요 유물의 발굴은 물론 원형 회복과 유지에 힘을 쏟아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