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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윤여준 "'윤핵관' 언행 조심하지 않으면, 尹대통령 국정수행 큰 부담 될 것"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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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윤핵관’ 오만한 행태에 여론 부정적

尹, 안철수에 ‘적’이란 표현은 지나쳐

대통령 언어는 항상 절제·정제되어야

尹, 집권 8개월 넘도록 국정비전 없어

지지율 고착화, 정치적 부담이자 위기

친소관계 인사 안돼… 권력 사유화 곤란

이재명 기소 땐 대표직 유지 부적절

민주당, 李 혐의 떠안고 갈 이유 없어

지금이라도 원내 다수당 역할 해야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83) 전 환경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파열음을 내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대한 쓴소리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에 대한 윤 전 장관의 소신 발언은 상당히 수위가 높았다. 그는 “윤핵관은 거칠고 오만한 행태 때문에 국민의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며 “윤핵관이 언행을 조심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정부의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에게 ‘적’이라는 표현은 지나쳤다”며 “대통령 언어는 항상 절제되고 정제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집권 8개월이 넘었는데 구체적인 국정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 대표가 기소된 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면 파렴치해 보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고, 6일 추가로 전화 통화를 했다.

세계일보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리 의혹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의 언어는 항상 절제되고 정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대표가 되기 전에 생긴 개인적인 비리 혐의를 당이 끌어안고 갈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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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를 앞두고 윤핵관이 안 후보까지 쳐내려고 하는데.

“국민이 그런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어느 지도자나 핵심 참모들이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유독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거칠고 오만한 행태 때문일 것이다. 과거 핵심 참모는 가급적 자신을 낮추고 숨어서 활동하려고 했다. 지금부터라도 윤핵관들은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여서 국민의 분노를 자극한다고 하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윤핵관이 대통령을 해친다는 뜻의 ‘윤해관’이 될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았던 분들인데 똑같이 하는 것을 보면 딱하다.”

―대통령실이 너무 노골적으로 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것 아닌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김기현 후보에게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도 지지율이 안 후보에게 역전되자 놀라고 다급해진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언행이 너무 거칠고 부적절하다. 안 후보가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주 부적절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정권의 인수위원장을 지낸 사람인데 대놓고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언행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의 언어는 항상 절제되고 정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윤 대통령이 유념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언어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여당 경선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후유증이 매우 크고 오래 갈지 모른다. 더구나 내년에 총선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으니 대통령과 윤핵관이라는 사람은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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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가 이번에는 당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뿌리를 내리려고 할 것이다. 더는 방랑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안 후보는 정치인으로서는 적응하기는 어려운 성격을 가진 면이 있다. 제가 잠깐 같이 일했을 때는 본인에게 정치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굉장히 개인 중심적이었다.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고락을 함께하겠다는 동지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 하더라. 국민의힘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정치적 장래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나경원 사태’를 지켜본 소감은.

“나 전 의원이 물론 처신을 잘못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가혹하게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이 길러낸 지도자 중의 한 사람 아닌가. 좀 더 관대하게 처리하는 게 보기 좋았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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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집권 8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평가하기 이전에 국민적 평가가 나와 있다. 국정 지지도가 30%대에 머물러 있다. 따로 평가할 게 없다. 선거 결과도 신승했는데, 지지율이 고착돼 가는 것은 본인에게 굉장한 정치적 부담이다. 대통령이 위기로 봐야 한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하반기 가서도 이런 지지도가 계속되면 당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총선 나갈 사람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인사가 가장 큰 문제 아니었나.

“국민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인사 문제다. 인사가 치명적일 수 있다. 제가 청와대에서 9년 근무했는데 장관 한 명 인사에 따라 민심이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장관 책임도 묻지 않는데.

“윤 대통령 심정은 이해가 가는데,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냉혹성이 있어야 한다. (이 장관 해임은) 국민적 요구 아니었나. 정치적 책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걸 거부한 것은 국민의 뜻을 수용 안 하는 것이다. 장관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사람을 쓰고 버리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데 지지도가 올라갈 리가 있냐. 이미 실기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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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국정 비전이 보이지 않는데.

“국정 비전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두 달 후 문재인정부 국정운용 5개년 계획을 내놨다. 그런 게 있어야 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정운용 계획을 내놓은 게 없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 외에는 내놓은 게 없다. 그것마저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구호성이니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신년회견을 안 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도어스테핑을 먼저 없앴다. 본인 스스로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가 자발적으로 하고 상징성을 부여했다. 그런데 어느 국가 지도자가 자기가 만든 상징을 자기 스스로 없애냐. 도어스테핑 실언 때문에 지지도가 내려갔다면 왜 지금은 안 올라갔냐. 신년회견도 언론 앞에 설 자신이 없으니 회피한 것 아니냐. 자신 없는 분야는 장관에게 대신 답변하게 하더라도 신년회견은 해야 했다.”

―야당 대표를 한 번도 안 만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알기에 이 대표가 여러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내 다수당, 야당 대표가 됐으면 바로 만났어야 했다.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하면 된다.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의회정치 원리에 벗어난다. 이젠 늦었다. 협치가 의회 민주주의의 원리다. 정치인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대통령은 정치와 관계없는 것 같지만, 실은 최고의 정치인이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의 움직임이 요즘 활발한데.

“선거 기간에는 아내 노릇만 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별도 일정을 가질 수 있지만 요즘 들어 그걸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생기겠구나 걱정이 생긴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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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 대표가 더 버티기는 힘들지 않을까.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빨리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대표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더 길어지면 안 된다. 국민이 언제까지 용인하겠나. 각종 의혹이 있는 대표가 민주당 대표 하면서 생긴 일이 아니지 않나. 대표 하기 전에 생긴 개인적인 비리 혐의 아닌가. 당이 끌어안고 갈 이유가 없다.”

―기소되면 대표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사퇴하는 게 맞다. 정치 도의적으로도 기소가 된 마당에 대표직을 유지하면 사람이 파렴치해 보일 것이다.”

―이 대표 방탄에 나서는 민주당도 공감을 못 얻고 있는데.

“그러니 지지도가 저 모양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도 야당도 비슷하지 않나. 국민 평가가 냉혹한 것이다. 민주당은 빨리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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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대통령의 제안은 정치적 비중이 높다. 그런데 너무 진지하지 않은 태도였다. 한마디 툭 던져놓고는 후속도 없다. 소선거구제가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장점만 있는 제도는 없다. 운영을 잘해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도 장점만 있는 제도는 아니다. 윤 대통령이 툭 던졌을 때 제가 받은 첫인상은 ‘총선이 자신 없구나’였다. 특히 수도권에서 동반 당선이 용이한 제도라고 생각했음 직하다.”

―집권 2년 차를 맞는 윤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평소에 두 가지 정도를 생각했다. 하나는 권력의 사유의식을 갖지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권력이 내 것이라는 사유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면 권력을 남용하게 된다. 고위 공직일수록 철저히 공적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친소관계로 인사하면 안 된다. 권력의 사유화는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헌정원리고, 그걸 구현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다. 누가 우리 정치 상황을 ‘심리적 내전상태’로 표현했다. 내전상태 해소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 활성화다. 국민통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의회 민주주의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국민통합이 된다. 국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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