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인공호흡기도 돌려쓴다"…참혹한 시리아, 국제지원 어려운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13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 때문에 구호·지원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다.

중앙일보

대지진이 강타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역에서 구조 작업 중인 요원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7.8 규모의 강진과 이어진 여진으로 시리아 북서부 지역 사망자 수는 1600명을 넘어섰다. 건물은 수백채 파괴됐고 병원은 포화 상태를 넘어 아수라장이 됐다. BBC는 "기존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주고 있을 정도"라며 "베테랑 구조 요원들도 처음 보는 참혹한 현장"이라 보도했다.

시리아는 독재정권을 피해 고향을 떠나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이 많아 지진 피해가 더욱 컸다. 최근엔 혹독한 겨울 날씨와 콜레라로 인해 힘겹던 차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의 상황은 비상사태 중 비상사태로, 이미 큰 위기에 빠진 이 지역이 더욱 큰 위험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보도했다.

오랜 전쟁으로 전력·도로 등 인프라 시설이 파괴된 데다 장비도 충분하지 않아 구조 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시리아의 내전은 교착 상태라지만, 최근까지도 교전이 벌어졌을 정도로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 중이라 지원·복구가 튀르키예보다 훨씬 험난할 것이란 게 외신의 전망이다.

현재 시리아 전체 영토 3분의 2는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 피해를 본 곳은 알레포·하마 등 정부군 관할하에 있는 지역과 아프린ㆍ이들리브 등 반군의 영향 아래 있는 지역으로 나뉜다. 반군은 또 알카에다 연계 반군(ISIL), 튀르키예 지원을 받는 시리아 임시정부 등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일보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시리아 북서부 지역. 반군 장악지인 이들리브에서 밤새 수색 작업이 계속됐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BC는 “정부군 지역은 군대ㆍ자원봉사자 급파 등 국가 차원 비상대책이 실시되고 있어 구호품 전달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반군 장악 지역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반군 점령지는 사방이 꽉 막힌 상태다.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생명줄'은 튀르키예와 연결된 육로 한 곳뿐인데, 이곳 역시 지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목소리로 지원을 약속한 국제사회도 골치가 아프다. 특히 알아사드를 그간 독재자라 비난해온 서방국가들의 입장이 곤란하다. 지진 피해 지원으로 자칫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듯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어서다. 뉴스위크는 "서방국가들은 이 때문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튀르키예 정부와는 긴밀히 소통하면서도, 시리아에 대해선 언급을 망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아사드 정부에 지원할 경우 막심한 피해를 입은 반군 장악지엔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서만 시리아를 돕겠다고 아예 공언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하겠지만 알아사드 정부와 직접 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2년간 국민을 잔인하게 다룬 정부에 우리가 손을 내민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NGO를 통해 지원한다 해도 시리아 정부에 가해진 각종 제재가 문제 될 수 있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시간 싸움’이 중요한 구호품 전달이 제재로 인한 각종 절차로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도움이 시급한 시리아 정부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적극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BBC는 "알아사드는 자신이 비난해왔던 서방의 도움을 빨리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 보도했다. 다만 시리아 정부는 오랜 적국인 이스라엘의 지원은 받지 않겠단 입장을 내놨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민주화 시위가 도화선이 돼 발발했다. 수백만 명이 고향을 떠났고, 민간인 사망자만 30만 명이 넘는다. 러시아와 이란은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정부군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강대국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