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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내전에 지진까지 '시리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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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 모든 일을 겪는 것입니까? 독재, 전쟁, 학살에 이어 지금 이 지진까지,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건가요? 이것도 신의 시험입니까?'

6일(현지시각) 새벽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집에서 무하마드 하지 카두르는 지진을 느끼고 잠에서 깨 옆에서 자고 있는 4살 딸과 아내를 깨워 맨발로 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진동 탓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현관문 자물쇠에 열쇠를 꽂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웃들도 모두 맨발에 잠옷 차림이었다. 사원 근처 첨탑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딸은 카두르에게 공습이 일어났냐고 물었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의 공습이 수시로 일어나는 반군 통제 지역 이들리브에서 자란 아이는 이미 공습과 전투기 소리를 안다. 일단 진동이 멈춘 뒤 카두르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시리아와 튀르키예(터키) 남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물은 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려 차를 몰고 달렸다. 거리는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사라졌고 축구장 크기 지역 전체가 붕괴된 것도 보였다. 공기에선 공습 때와 같은 피냄새가 감돌았다. 카두르는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글에서 운전 중 머릿속에서 '신이여,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맴돌았다고 전했다.

7.8 지진 반나절 뒤 또 7.5 지진…강도 높은 여진 100회 이상 이어지며 피해 키워

미 지질조사국(USGS)은 6일 새벽 4시17분께 시리아 북부와 맞닿아 있는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과 오후 1시24분께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인근에서 추가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 지역에서 규모 4 이상의 여진만 100회 넘게 이어졌다고 밝혔다. <AP> 통신,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7일 오전 튀르키예 당국이 10개 주에서 적어도 3419명이 숨지고 2만53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경우 정부 통제 지역에서 812명이 죽고 1400명 이상이 다쳤으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서부 지역에서 790명이 죽고 220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돼 지진으로 인한 총 사망자 수는 5000명을 넘어섰다. 구조 작업은 계속 진행 중으로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진앙 깊이가 18km 정도로 비교적 지면에 가까웠던 데다 건물이 지진에 취약한 구조였던 점, 지진이 주민들이 잠든 새벽에 발생해 대피가 어려웠다는 점에 더해 강도 높은 여진이 이어지며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여진은 이미 손상된 건물이 추가로 무너뜨려 생존자 뿐 아니라 구조대원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AFP> 통신에 "추가 붕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망자 수가) 초기 집계보다 8배까지 증가하는 상황도 자주 볼 수 있다"며 피해 규모 급증을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인터뷰는 사망자 수가 2600명 가량으로 집계됐을 때 나온 것으로 이후 사망자 수가 2만 명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폭설·한파 겹치며 구조와 생존 모두 '위태'

튀르키예에서만 구조 인력 1만6000명 이상이 투입됐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폭설에 한파까지 겹쳐 당국은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 CNN 방송은 파레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장관이 6일 기자회견에서 "기상 조건과 재해 규모 탓에 지원 인력이 해당 지역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며 "우리 헬기들이 오늘 기상 조건 탓에 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튀르키예 남부 하테이 지역 건물 잔해 속에서 어린아이의 주검을 옆에 둔 여성이 도와 달라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데니즈라고 밝힌 지역 주민은 도와달라는 비명이 계속해서 들려오지만 구조대는 보이지 않고 생존한 주민들은 이들을 구조할 방도가 없어 절망에 빠져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피해 지역에 며칠 동안 혹한과 눈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돼 향후에도 구조대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혹한에 생존자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규모 7.5의 추가 지진을 정면으로 맞은 카흐라만마라슈의 저녁 9시 기온은 4도 가량에 불과했다. 미크닷 카디오글루 이스탄불기술대 기상학 및 재난관리 교수는 "잠옷 차림의 사람들이 잔해 밑에 17시간 동안 갇혀 있다"며 구조 작업이 "시간과 저체온증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매체는 수천 명의 생존자들도 여진이 두려워 혹한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 혹은 차 안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내전 폐허 시리아 북서부 "비상사태 속 비상사태"

내전으로 이미 황폐해진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시리아 북서쪽 반군 통제 지역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지역엔 4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내전으로 인한 국내 난민이고 많은 이들이 천막촌에서 생활 중이다. 시리아 정부와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의 거듭된 공습과 상시적 의료 및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주민들의 고통이 이번 지진으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지진 직후 반군 통제 지역인 이들리브의 주민이자 의사인 오사마 살로움이 이를 공습으로 생각해 하늘을 올려다 봤다고 전했다. 살로움은 병원에 전쟁 때처럼 붐볐고 복도에 수십 구의 주검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며 그 중 많은 수가 어린이였다고 말했다. 병원에 실려온 6살 어린이가 심폐소생술(CPR) 끝에 사망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병원에선 7명의 산모가 제왕 절개 수술을 받고 있던 중 정전이 일어났다.

마크 케이 국제구조위원회 대변인은 구호단체들이 지진 전부터 시리아에 이번 주 닥칠 영하의 날씨와 난방 여력 부족을 걱정하고 있었다며 "만일 국가들이 튀르키예에 구조인력을 파견한다면 시리아도 잊지 말 것을 간청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세상 어느 곳에서 일어나든 이 상황은 비상사태지만, 시리아에선 비상사태 속 비상사태"라고 강조했다.

구조 소식도 일부 들려 왔다. <아나돌루>는 남동부 산리우르파 주에서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던 한 여성이 22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각국 구호 손길 속 적대 관계 이스라엘까지 시리아 지원 뜻…전쟁 중 러·우크라도 구조대 파견

세계 각국이 이 지역을 돕기 위해 구조인력을 파견하고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CNN을 보면 독일·스위스·헝가리·그리스·파키스탄 등이 튀르키예로 구조대원을 파견했고 7일 오전 인근 이란과 이라크에서 항공편으로 음식·의약품·담요 등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항에 도착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한국도 튀르키예에 구조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아나돌루>는 65개국이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거의 1년 째 전쟁 중인 러시아도 시리아와 튀르키예에 100명 이상의 구조대원을 파견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6일 전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의 주요 동맹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6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도 튀르키예에 수십 명의 구조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와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조차 시리아에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시리아 골란고원을 점령한 뒤 두 나라는 사실상 전쟁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튀르키예 뿐 아니라 "외교관"을 통한 요청을 받고 시리아에도 구호품을 보내기로 보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다만 시리아 현지 친정부 매체가 관료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가 그러한 요청을 이스라엘 쪽에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통신에 지원 요청이 반군 쪽에서 온 것인지 정부 쪽에서 온 것인지 밝히지 않았고 그저 "시리아인"이 요청했다고만 했다.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7일 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프레시안

▲ 튀르키예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6일(현지시각) 인접한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의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 시민들이 다친 여자아이를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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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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