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시가렛애프터섹스 공연에 없던 3가지…떼창·멘트·배경화면[SS리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5일 내한 공연을 펼친 미국 인디록밴드 시가렛애프터섹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5일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미국 인디록밴드 시가렛애프터섹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록밴드의 공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떼창을 전혀 들을 수 없을뿐더러 K팝 콘서트에서 종종 접하는 화려한 배경화면도 없었다. 무엇보다 밴드 멤버들의 목소리를 좀처럼 듣기 힘들었다.

2008년 데뷔한 시가렛애프터섹스는 인상적인 팀명과 달리 나른하고 몽환적인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팀이다. 2012년에 발표한 ‘낫싱스 고너 허트 유 베이비’(Nothing‘s Gonna Hurt You Baby) 등이 사랑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2017년 발표곡 ‘스위트’(Sweet)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 뷔가 “요즘 매일 듣고 있는 곡”이라며 자신의 팬클럽 아미(ARMY)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내한공연은 2018년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과 그해 열린 첫 단독콘서트 이후 처음이다. 팬데믹 기간인 2021년에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영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5년만의 내한 소식에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3800 여 관객들은 시야제한석까지 꽉 채웠고 맨 뒷좌석의 일부관객은 아예 서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첫 곡은 2018년 발표한 ‘크러시’(Crush). 눈부신 레이저나 특별한 무대 소품 없이 보컬과 기타의 그레그 곤잘레즈, 베이시스트 랜들 밀러, 드럼의 제이컵 톰스키 등 3명의 멤버가 오로지 연주와 목소리로 무대를 채웠다.

대형 공연에서 뒷좌석 관객을 위해 멤버들의 얼굴을 비춰주는 화면 대신 파도와 보름달, 눈발 등이 배경화면을 채웠다. ‘크라이’를 부를 때는 장 뤽 고다르의 아내인 안나 카리나의 젊은 시절 아름다운 얼굴이 화면을 대신했다.

이날 이들이 들려준 16곡은 임팩트있는 후렴구나 반복되는 가사보다 흘러가는 듯한 낭만적인 멜로디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보니 한국 공연 특유의 ‘떼창’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엔데믹 이후에도 계속됐던 실내마스크 착용의무가 지난 달 30일자로 해제됐음에도 마치 팬데믹 시기의 공연같은 적막함을 안겼다. 하지만 이런 관객들의 애티튜드가 오히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보컬 그레그 곤잘레즈는 마치 동굴에서 나온 듯한 허스키한 저음으로 귓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CD원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악기였다.

본 공연 마지막 곡인 ‘아포칼립스’(Apocalypse) 이후 첫 앙코르 곡인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를 부를 때는 관객들의 휴대전화 불빛이 별처럼 빛나며 공연장을 물들였다. 지금껏 들려준 음악에 관객들이 화답하는 시간이었다.

밴드의 악기 퍼포먼스나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 없이 16곡이 쉼 없이 흐르다보니 공연시간은 1시간 15분으로 매우 짧았다. 내한 팝스타들이 최소 90분 이상 공연하는 추세와 비교해도 단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오롯이 음악으로 교감한 관객과 아티스트는 만족감을 표했다. 시가렛애프터섹스는 “이 밤을 같이 보내줘서 고맙다”며 공연을 마쳤다.

mulgae@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