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2심도 무죄…법원 “과실 인정 어렵다”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응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해 2심 법원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휘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들이 승객 퇴선을 유도하고 구조요원을 선체로 진입시켜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2020년 2월 기소했다. 검찰은 해경 경비정이나 헬기 등 구조세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과 후로 해경지휘부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당시 구조 인력과 상황실 사이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선장과 현장에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이 세월호 승객들에 대한 퇴선 조치 및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지휘본부 입장에선 승객들 퇴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오인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상황에 대해 “서해해양경찰청 상황실이 진도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서 전달받아 인지한 내용은 ‘세월호가 50도가량 기울어졌고 승객 비상탈출 여부를 문의한다’ 같은 제한적 정보였다”며 “이런 내용을 근거로 세월호 침몰이 임박해 즉시 퇴선이 필요한데도 승객들이 선내 대기 중이란 사실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사고 직후 퇴선 방송을 제때 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민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목포해경 소속 3009함의 이재두 전 함장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해경지휘부 2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응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성동훈 기자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때처럼 세월호 사건도 ‘말단’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그렇게 싸워왔는데 이태원 참사에서도 ‘말단’만 처벌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목포해경 123정 정장은 해경 지휘부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형량이 줄었는데, 지휘부는 무죄라면 침해된 국민 권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라며 “국가의 책임은 허공으로 흩어져도 된다는 건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김경일 전 목표해경 123정장은 업무상 과실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줄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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