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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메일 한통으로 넷플릭스 문 두드려…'피지컬 100'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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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주만 제작 결정 이례적…세계 4위
MBC 교양국 장호기 PD 연출 예능
"지상파 위기 속 돌파 필요해 도전"
"오겜 이전 기획…서바이벌 세계 관통"
뉴시스

장호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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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예능물 '피지컬: 100'은 장호기 PD의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됐다. MBC 교양국 소속인 장 PD는 2021년 10월 일면식도 없는 넷플릭스 예능팀에 기획안을 보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을 떠올리게 했는데, 서바이벌 홍수 속에서도 '가장 완벽한 피지컬은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는 과정이 명확했다. 넷플릭스에서 이례적으로 2주 만에 제작을 결정한 이유다. 지상파 위기 속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장 PD는 7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피지컬: 100 간담회에서 "오징어게임을 보기 전에 기획했다. 내 메일이 스팸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교양 PD지만 요즘은 장르 구분이 무의미하다. PD를 준비할 때부터 어떤 형태로든 인간을 주제로 다뤄보고 싶었다. 피지컬: 100도 인간에 관한 것인데, 특정한 주제로 분류하기 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넷플릭스는 연출자로서 큰 무대 아니냐. 기왕 도전하는데 높은 곳의 문을 두드려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상파 위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느냐. 내부 조직원으로서 항상 '돌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MBC라고 꼭 TV에만 내고, 교양 PD라고 교양만 하기보다 도전하고 싶었다. 이미 시청자들이 원하는 곳이 있는데, 우리가 '(MBC에) 와서 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방송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방송은 1~2주 안에 빨리 만들어서 소홀해질 수밖에 없지만, 넷플릭스는 확실히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기다려줬다. 요구치도 놓아서 훨씬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장 PD는 "예민한 문제일 수 있지만, MBC도 항상 의지는 있었다. 박성제 사장이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지향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원은 논의 단계였다. 내가 처음으로 나선 것"이라며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 팀을 꾸렸고, 엠넷 '스우파' 제작 경험이 있는 루이웍스미디어와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부딪쳐야 하는 일이 많아서 설득과 노력이 필요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기조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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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은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상금 3억원을 두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을 비롯해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봅슬레이 국가대표 강한, 레실링 국가대표 장은실, 운동 유튜버 심으뜸, 보디빌더 김춘리, 댄서 차현승 등이 출연했다. 지난달 24일 공개 후 세계 넷플릭스 TV 쇼 부문 4위에 오르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장 PD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했지만, 오픈 하기 전 너무 초조하고 불안했다. 톱10에 드는 등 좋은 결과를 얻어서 감사하다"면서 "BTS 정국이 (라이브방송에서) 피지컬 100을 봤을 때 동시 접속자 1000만명이 나왔다. 자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다"며 좋아라했다.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세계에서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기획자 입장에선 한국에서 한 번 하고, 대륙별로 하고 싶다. 나중에는 전 세계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4회까지 공개했는데, 이변이 잇따랐다. 1대1 데스매치에서 차현승이 몸짱 농부 김경진을 이겼고, UDT 출신 'H 에이전트'가 보디빌러 설기관에게 졌다. "방송쟁이 입장에선 에이전트H가 탈락해 너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그의 탈락이 우리 프로그램에 각본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짚었다. 남녀 성 대결도 화제를 모았다. 이종격투기선수 박형근이 여성인 김춘리 가슴 부위 명치를 무릎으로 눌러 비판을 받았다. "어떤 구분없이 완벽한 피지컬을 찾는 게 기획 의도다. 모든 분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언제든 경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춘리씨 목소리, 몸 등에 관해 여러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자제해야 않을까. 프로그램을 떠나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거나, 신체 부위 관련 악플을 다는 건 문제가 된다. 편견없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무엇보다 국내외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자막 등이 정서·문화적으로 문제되지 않을지도 고민했다. "전 세계에서 봤을 때 불편하거나 따라가기 어려우면 안 됐다. 특수 카메라도 많이 활용했다. 단순히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땀을 흘리고,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 등 자막이 아니라 그림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선수들마다 다양한 히스토리가 있지 않느냐. 특별한 연출 없이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특별히 다큐처럼 만들진 않았다. 예능적인 자막, 연출자의 의도적인 편집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현장에서 담백하게 담는 게 차별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100명이 출연해 한 분 한 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퀘스트마다 보여지는 인물, 몸의 모습을 중심으로 따라가면 시청자들이 깊이 몰입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기존 프로그램과 완전히 달라야 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길 바랐다.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세트, 음악, 미술적인 부분은 오징어게임 떠올릴 만큼 비현실적이지 않았느냐. 출연자 반응, 표정 등은 100% 리얼로 나오게끔 했다.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경기 끝날 때마다 박수 치고 포옹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정말 감명 깊었다. 우리 프로그램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서바이벌은 자극적이지만, 세계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5회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질 예정이다. 그동안 주목 받지 못한 새로운 인물에 관심을 가져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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