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1천500명·시리아 800여명 사망…부상자 1만명 달해
84년전 최악 지진과 같은 7.8 규모…7.5 추가 지진에 80차례 여진도
양국 긴급 구조 작업에 국제사회 구호 손길…한인 및 국내기업 피해 없어
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 실종자 수색 |
(이스탄불·테헤란=연합뉴스) 조성흠 이승민 특파원 =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해 튀르키예와 인접국 시리아에서 2천300명 넘게 숨진 것을 비롯해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84년 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동일한 규모의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노후한 건물들이 대거 완파돼 붕괴하고 많은 주민이 매몰되면서 사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수색과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구호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건물 앞에 주저앉은 남성 |
◇ 튀르키예·시리아 접경 지역서 새벽 발생…"피해 규모 예측 불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의 제조 중심지로 남쪽으로는 시리아와 맞닿아 있다.
두 차례에 걸친 강진과 80차례에 가까운 여진이 튀르키예는 물론 인접한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역까지 충격을 가하면서 양국에서 최소 2천300명이 숨지고 1만 명 가까이 다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장은 현재까지 튀르키예 10개 지역에서 1천49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직전에 밝힌 부상자 수는 8천533명이었다.
시리아에서 사망자는 최소 810명에 달한다.
여기에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반군 지역에서 최소 380명이 사망하고 1천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파괴된 가운데 구조 작업이 진행 중으로, 추후 사상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아직도 사상자가 늘고 있다.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지안테프의 랜드마크인 가지안테프성도 성벽과 망루가 일부 무너졌다.
튀르키예 붕괴 건물 구조작업 지켜보는 주민들 |
◇ 긴급 구조 작업 착수…무너진 건물 속 생존자 수색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사고 직후 텔레그램에서 "모든 관련 기관이 재난위기관리청(AFAD)의 조율 하에 비상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지진 피해 수습에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라고 주문했다.
시리아 국방부도 긴급 구조 병력을 편성에 구조 현장에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트위터를 통해 "강추위와 폭풍이 몰아치는 좋지 않은 기상 조건이 비참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현지 언론은 지진으로 많은 주거 건물이 무너졌고,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사고가 겨울철 새벽 시간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발생한 데다 이후 추가 강진에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최초 지진 이후 여진이 78차례 있었다면서, 최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이 여진으로 인해 더욱 위험해졌다고 경고했다.
진앙에서 약 1천㎞ 떨어진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진동이 느껴지는 등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대부분의 주민이 깊이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한 점도 인명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신들은 시리아 상황과 관련해 이미 오랜 내전 영향으로 내부 손상이 심한 건물들이 지진 충격에 쉽게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군으로 양분돼 13년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규모 7.8 강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 |
◇ 3만명 사망 지진과 같은 7.8 규모…반나절 만에 7.5 규모 잇따라
이번 강진은 84년 전에 기록된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동일한 위력으로 분석된다.
USGS에 따르면 1939년 12월 27일 동북부 에르진잔주서 발생한 지진으로 약 3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지진의 규모는 7.8로 기록돼, 이날까지 튀르키예가 관측·기록한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남아 있었다.
이날 지진도 당시와 같은 규모 7.8로 분석된다.
대륙판 '아나톨리아판'에 자리를 잡은 튀르키예는 지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곳이다.
2020년 10월에는 튀르키예 해안에서 가까운 에게해 사모스섬에서 규모 7짜리 지진이 발생, 튀르키예인 24명이 숨졌다. 같은 해 1월에도 동부에서 규모 6.7 지진이 발생, 최소 22명이 숨진 바 있다.
2011년 10월에도 동부에서 7.2 규모 지진으로 최소 138명이 사망했고 1999년에는 서부 이즈미트에서 7.4 규모 지진으로 무려 1만7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최초 지진 후 불과 반나절 만에 추가로 그에 못지않은 위력의 강진이 발생한 점도 이례적이다.
EMSC에 따르면 오후 1시 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밖에 규모 5와 6이 넘는 여진들도 최초 진앙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튀르키예 강진 발생(종합) |
◇ 피해 지역 소규모 한인 사회…일단 안전 확인
외교부는 아직 한국인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튀르키예 지진과 관련해 "현재(한국 시각 기준 오후 2시)까지 접수되거나 파악된 우리 국민 사상자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 피해 지역은 외교부 여행경보 3단계로서 '출국 권고' 지역으로, 여행객이나 거주 국민이 거의 없는 곳이다.
다만, 현지 영사관에 따르면 하타이 등 튀르키예 서남부 지역에는 약 100명 규모의 한인 사회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주로 선교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서는 일부가 경미한 부상이나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장성호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운영 중인 교회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가족과 주변 한인들은 그나마 안전한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그 역시 "아직 한인 중 사상자는 없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등 튀르키예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사고 지역과 멀리 떨어진 이스탄불과 주변에 법인 및 공장 등을 두고 있다.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서 구조작업 하는 사람들 |
◇ 튀르키예 구호 요청…앙숙 그리스에 우크라·러시아까지 지원키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이 잇따르고 있다.
튀르키예는 국제사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최고 단계인 4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백악관은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연방정부에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을 돕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최근 튀르키예와 얼굴을 붉힌 스웨덴, 핀란드도 신속히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튀르키예의 파트너이자 EU 의장국으로서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핀란드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희생자 발생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지원 의사를 전했다.
튀르키예와 '에게해의 영원한 앙숙'으로 지내 온 그리스도 지진 피해구호에 팔을 걷어붙였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표한 뒤 "그리스는 자원을 동원해 즉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구조대가 튀르키예에서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외무부가 대규모 구조대를 파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자 비상사태부가 군용 수송기와 구조대원 100명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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