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선거에서 70%가 넘는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김용서 교사노조조합연맹(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재 학교의 가장 큰 고민'을 이같이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지만, 정치 투쟁보다는 학교의 어려움을 살피고, 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른바 '실용적' 노선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런 노선을 추구하다 보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꼽히는 2030 교사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교사노조 측이 밝힌 조합원 규모 6만1000명 중 20~30대 교사 비율은 66.1%, 40대는 29.5%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23.02.03 mironj1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유보통합'은 향후 교육계 흐름을 바꿀 중요 정책으로 짚었다. 질 높은 보육은 필요하지만, 교육의 희생을 바탕으로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빈껍데기만 남는 현실'이 되지 않도록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 정부부처 추진된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교권침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학교가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교육부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해 전학·퇴학 같은 중대한 처분을 받은 학생은 이 같은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진학과 관련 있는 학생부에 기재될 경우 학교폭력 처리 과정과 유사한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는 유보통합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걸려 있고, 그 전부터 추진하기로 해왔던 고교학점제인데 이것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침이 나오지 않았다. 초등에서는 방과후와 돌봄이 합쳐진 늘봄학교가 가장 중요한 현안인데, 어떻게 가닥을 잡아갈지에 따라 교육계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 보육, 건강한 성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하고,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의 업무 구분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이 공론화돼야 한다. 사전 논의 없이 추진돼 학교 현장이 상당히 혼란스럽다.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한 것 같다는 느낌인데 윤석열 정부가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고민하고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새 학기 시작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현실적인 문제가 새 학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초·중등 학교장이 학기 시작부터 고민이 많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폭등한 난방비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의회가 운영비를 대폭 삭감했다. 최근 몇 년간 물가 폭등으로 급식, 전기요금 등에도 걱정하는 학교를 많이 봤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81조 원이다. 학교가 돈 걱정을 한다는 게 의아하다.
▲대부분의 교육예산에는 '꼬리표'가 붙었다. 다른 용도로 못 쓴다는 것이다. 융통성을 발휘해 쓸 수 있는 예산 자체가 총 1조5000억 원쯤 될 것이다. 최근에는 고등·평생특별회계로 1조5000억 원이 이관되면서 쓸 예산이 더 줄었다. 교육감이 융통성을 갖고 쓸 수 있는 예산도 올해는 시의회가 걷어낸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23.02.03 mironj1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교사노조 출범 5년째다. 전교조와의 연관성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을 거 같다.
▲교사노조는 2016년 결성한 '서울교사노조'에서 출발 후 이듬해인 2017년 교사노조연맹으로 공식 출범했다. 창립 5년 만에 젊은 교사들의 지지 덕분에 6만 조합원의 제1교원노조로 성장했다. 교육부와는 2019년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위원장 본인도 전교조 정책교섭국장 등 전교조 전임자를 7년간 지냈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을 졸업해 늦은 나이인 37세(2001년)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교사노조 창립부터 함께했다.
학교폭력대책위 업무를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과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교권보호법 개정 등 성과가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만 5세 초등 취학 정책에 반대하는 연대활동을 이끌기도 했다.
-다른 노조와는 다르게 2030세대 비율이 높은 이른바 'MZ세대' 노조라는 평가도 있다.
▲교사노조 6만100명 조합원 중 20~30대 비율이 66.1%다. 40대 교사 비율은 29.5%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는 연령대에 있는 교사들이다.
교사노조는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교사들이 안전하게 교육할 권리를 확대하고, 교사의 본질적 업무인 수업 이외의 것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학생에게 필요한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교사노조는 학교 현장 교사들을 대변하고, 정치나 이념보다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수업의 질은 어떻게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행정업무 때문에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는 시간은 20~30%에 불과하다. 최근 이주호 부총리를 만났는데,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교육의 본질은 수업에 있고, 교사의 본질 업무는 수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교사 교육과정과 평가권이 제대로 보장될 때 교사는 수업에 전념할 수 있고 교육 전문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권도 수업안에서 회복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지난해에는 생활지도법 개정에 힘썼다. 수업을 정상화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23.02.03 mironj1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교권침해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서 학폭과 동일하게 학생부에 기록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학폭 사건을 많이 다뤄봤는데,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 학사 일정으로 보면 고2~3때다. 학생부에 기록하게 되면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대학 진학에 악영향 끼친다'는 생각을 갖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무조건 법적 해결을 추진하고, 해당 교사에게 해코지한다. 교육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황 너무 많이 봤다. 교권침해 관련 지침도 이렇게 갈 거 같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에 반대한다. 스스로 자정작용 통해서 뉘우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게 학생부에 적는 것이다.
-국교위 교원단체 몫 위원 선정은 언제 마무리되나
▲국교위법에 따르면 조합원 가장 많은 단체 2곳만 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지금도 중복 조합원 걷어내고, 창구단일화 절차 거쳐 조합원 수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가입원서와 은행에 조합원 납부 내역만 대조하면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 우리는 온라인 시스템 갖추고 있어 가입원서 증명할 수 있다.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3.02.06 wideopen@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보통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유보통합은 가장 중요한 교육 현안 중 하나다. 돌봄과 교육은 분리해 운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보육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질 높은 보육을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의 희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질과 수준, 범위를 넓혀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
-임기 중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위원장 재임에 성공하면서 약속한 세 가지 중 하나가 교사의 정치기본권 회복이다. 현재 교사들은 정치후원금도 못 내고 출마할 수도 없다. 투표권밖에 없다. 선거 기간 정당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면 선거법 위반으로 걸린다. 선거 후보가 교육 정책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정상은 아니다.
MZ세대 교사들이 정치적 기본권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만 유일하게 허용이 안 되고 있는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wideopen@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