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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대북송금 입 연 김성태…北 '800만달러 령수증'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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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아태위는 당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 창구였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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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수사선상에 오른 주요인물들의 대응 논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이 대북송금에 관한 제3자 뇌물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자 당사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자 도생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檢, 쌍방울이 북에서 받은 800만 달러 영수증도 확보



지난해 17일 귀국했을 당시만 해도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던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과 관련된 기억을 검찰에 쏟아내고 있다. 검찰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2019년 1월과 4월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대납을 시인했을 뿐만아니라 ‘방북 비용’조로 300만 달러를 2019년 11월에 추가로 건넸다는 진술도 내놨다. 김 전 회장은 800만 달러에 대해선 북측에서 받은 영수증까지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명의로 발행된 ‘령수증’이라는 제목의 증서다. 김 전 회장은 이 외에도 대표의 방북을 위한 상납 및 거마비 명목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추가로 전달했다고 진술중이라고 한다. 김 전 회장측은 “김 전 회장은 귀국할 때부터 대북송금과 관련해서 있는 그대로 털어놓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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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국제대회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씨(구속기소), 우측은 양선길 현 회장이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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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의 관심은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방어에 집중돼 있다. 애초 검찰이 관심을 뒀던 4500억원대 배임혐의는 1차 공소장에서 빠졌지만 2014년~2022년 쌍방울 그룹 계열사 자금 43억 원, 2019년∼2021년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 회사 자금 약 592억 원 등 자금 운용과 관련한 적잖은 액수에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문제의 비상장 회사는 김 전 회장이 사실상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검찰은 빼돌린 돈 중 일부가 대북송금에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엔 개인 돈을 썼다”고 주장중이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찰이 개인 SPC(특수목적법인) 자금을 쌍방울그룹 계열사에서 빼돌린 돈처럼 본 것은 잘못”이라며 “다퉈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북송금이 뇌물로 다뤄지더라도 수사에 협조한 공여자는 가볍게 처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김 전 회장 입장에선 횡령액수를 낮춰야 형량도 줄이고 범죄수익 환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측이 제3자 뇌물죄 적용의 관건이 되는 이재명 대표와의 직접 통화에 대해서도 “3번 정도는 통화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것도 이같은 계산 때문에 가능한 진술이라는 평가다.





이화영 “쌍방울 비밀리에 송금”, 이재명은 “소설”



이 대표에게 적용할 혐의와 유·무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사이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이다. 그는 김 전 회장 일행이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는 대부분의 자리에 함께 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대북 사업과 관련한 이 지사 명의의 모든 문서의 결재라인에 있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과 관련한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가족과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쌍방울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대북 접촉 과정을 경기도(이화영)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대북 송금은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회장에게 이 대표와 통화하도록 연결해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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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쌍방울은)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검찰의 주장은 소설”이라는 등 전면 부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의 통화, 대리인을 통한 상호 조문 등 이 대표의 직접 연루 정황들을 속속 확보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통화와 관련해선 “누군가가 술 먹다가 (김 전 회장의)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나진 않는다. 술 먹고 전화하는 일이 많다. ‘나 이 사람 안다’고 전화해서 바꿔준다”(지난달 18일 KBS 출연)고 말한 적이 있는 정도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화영 부지사가 정진상 전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유사하게 전면 부인으로 방향을 잡은 거 같다”며 “검찰이 객관적 증거들로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린다면 이 대표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허정원·손성배·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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