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점심을 먹으려는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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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태어난 영아가 65세 노인이 되는 2085년에도 노인빈곤율이 30%에 달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인 소득 중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여전히 낮아 빈곤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5일 국민연금연구원의 ‘NPRI(국민연금연구원) 빈곤전망 모형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0년 38.7%이던 노인빈곤율은 2025년 37.68%에서 조금씩 낮아져 2075년 26.34%까지 내려온 후 다시 상승해 2085년에는 29.8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0년에 태어난 영아가 노인이 되는 2085년에도 노인 10명 중 3명은 ‘빈곤’ 상태일 것이란 전망이다.
노인빈곤율은 노인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상대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2020년 노인빈곤율(38.97%)은 OECD 평균(2019년 기준 13.5%)보다 2.9배 높다. 2085년 예상되는 노인빈곤율 역시 OECD 국가 평균 예상치(15~16%대))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 예측결과. 국민연금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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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미래에도 노인빈곤율이 개선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노인 소득 중 국민연금, 기초연금, 복지급여 등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작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의 노인빈곤율 예상치는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40%)과 기초연금 수급액(월 30만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기준(중위소득의 30%)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를 전제로 했다.
한국의 노인 소득 중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은 2020년 기준 25.51%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다. 한국처럼 노인빈곤율이 비교적 높은 일본이나 호주는 이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 제도의 성숙으로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은 2080년 34.1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선진국들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공적이전소득 중에서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비중이 특히 더 작은 편이다. 공적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4.49%였고, 2080년에도 24.5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085년 24.1%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미래에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0%지만 이는 납부자가 40년 동안 가입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실제 연금 가입기간은 평균 18.7년으로 짧아 실질소득대체율은 2020년 기준 22.4%에 그친다. 평균소득이 200만원이었던 사람은 실질적으로 노후에 국민연금으로는 40만원 남짓만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미래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 증가와 전체적인 노후소득 보장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보험료율 조정과 함께 연금개혁 논의의 핵심 쟁점이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놓고 의견이 갈려 초안을 만들지 못하자 국회 보고 일정을 미뤘다. 자문위원들은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덴 의견을 모았지만 ‘용돈연금’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인 소득대체율을 더 올릴지, 재정 안정을 위해 현 수준을 유지할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국회 보고 회의 일정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 내부에선 합의안 대신 복수 안을 내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복수 안을 내면,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회 연금특위가 정치적 고려를 거듭하다 결정을 하지 못하고 결국 개혁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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