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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중국, 러시아에 무기부품·기술 팔아 우크라 침공 지원"(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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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러 세관자료 분석…제재대상만 8만4천여건 공급

"헬기 항법장치·전투기 부품·통신방해 장비·반도체 포착"

미국, 중국 넘어 동맹·파트너에도 '제재 물타기' 단속 강화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중국이 군수 장비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항법 장비, 전파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 등을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에 수출해온 사실이 지난해 러시아 세관 자료에서 확인됐다.

WSJ가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입수한 작년 4∼10월 러시아 세관 자료에는 러시아로 수출된 항목의 수출국, 운송일자, 운송업체, 수령자, 구매자, 주소, 상품 상세 등이 담겼다.

이 자료에 따르면 2월 24일 침공 이후 국제제재로 대러시아 수출이 제한된 품목만도 8만4천 건이나 러시아에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중국의 제재 대상 기업 10여곳이 활발하게 무역을 벌인 사실도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테크놀로지'는 작년 8월 31일 러시아 국영 군사장비업체 'JSC로소보넥스포트'에 M-17 군용헬기의 항법장치를 수출했다.

같은 달 중국 '푸젠 나난 바오펑 전자'도 동일한 러시아 업체에 장갑차용 통신방해 망원안테나를 판매했다. 10월 24일에는 중국 국영 항공기제조사 AVIC가 러시아의 거대 방산업체 로스텍의 자회사에 Su-35 전투기 부품 120만 달러(약 15억원)어치를 넘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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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 마리우폴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제재 대상인 중국 시노전자는 4∼10월에만 1천300건, 총액 200만 달러(약 25억원) 이상 물품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품목은 중국이 러시아에 수출한 '이중 용도' 상품 수만 종 중에서 일부에 불과하다고 WSJ은 전했다.

이중 용도 상품은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전 수행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대표적인 이중용도 상품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대러시아 수출 규모는 2월 서방의 첫 제재 부과 후 통상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수개월 만에 기존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으로 드러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확립과 특수 군사작전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러시아 외무부, 국방부 등은 WSJ의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내오미 가르시아 C4ADS 애널리스트는 "국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영 방산업체가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러시아 방산업체로 수출한 사실이 글로벌 무역 데이터에 포착됐다"며 "러시아 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로 이런 형태의 부품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5∼6일로 계획했던 방중 기간에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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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정박 중인 러시아 부호의 호화 요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제재 불참국 탓에 대러시아 제재의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자 동맹국, 파트너들을 상대로도 압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상대로도 미 당국이 제재 엄수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의 개인·기업이 서방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의 튀르키예·UAE 순방도 이런 행보의 일환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튀르키예와 UAE는 정치·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제재 동참 압박을 받아왔다.

튀르키예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전쟁 이후 오히려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면서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할인된 가격에 대거 사들이는 등 경제적 이득을 톡톡히 누려왔다.

튀르키예 기업들의 대러시아 수출액도 전쟁 이후 부쩍 늘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 중 상당수는 제재 부과로 빠져나간 서방 기업들의 빈자리를 꿰찬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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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를 고리로 제휴 강화하는 러시아와 사우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넬슨 차관은 터키에서 중앙은행, 재무부, 외무부, 민간은행 관계자 등과 두루 접촉해 튀르키예 내 제재 위반 기업 단속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튀르키예의 기업·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 제재 기업과 거래하는지 파악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에 미국산 물품을 수출하거나, 군사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상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을 지목했다고 한다.

튀르키예 측은 자국 기업이 제재를 부과받으면 경제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결국 단속을 약속했다고 NYT는 전했다.

넬슨 차관은 UAE에서도 비슷한 압박을 가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UAE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란의 제재 회피 우회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 미국의 신경을 긁었고, 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러시아인들에게 회피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들의 호화 요트가 대거 마리나에 정박 중인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러시아 부호들이 UAE의 고급 주택으로 몰려들면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기도 했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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