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미국의 中견제에 韓 나설수 있다' 발언에 격노한 듯"
국방부 전 대변인 신간…대선 전날 NLL 월선 선박에 "위쪽에서 빨리 송환 의견"
국방부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문재인 정부 시기 남북·한미 관계 사안에서는 국방부 입장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 전 대변인은 재임 중 쓴 일기를 모아 3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2021년 3월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던 과정을 회고했다.
부 전 대변인은 "보수 정권이라면 답변이 쉬웠을 것이지만, 현 정부에서는 상당히 정제돼야 하므로 먼저 국방부와 안보실이 소통해 입장을 조율했는데 수시로 단어와 문구가 변경됐다"고 썼다.
이어 "물론 소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소통이라기보다는 안보실에서 일방적으로 문구를 조정한다"며 "어느 정도 국방부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특히 남북관계나 한미관계와 관련된 이슈의 경우 국방부 입장은 거의 없는 듯하다"며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국방부는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그 의견이 완전히 지워졌다"면서 "답답하고 아쉽다"고 적었다.
당시 부 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조하지 않으려 했고, 이 뜻을 따르지 않은 김현종 당시 청와대 안보실 2차장에게 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 전 대변인은 2020년 김현종 2차장의 방미 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압박했는데, 김 차장은 우리가 할 수 있다며 미사일 지침 종료 얘기를 꺼냈고 미국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김 차장이) 한국으로 돌아와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대통령은 괜한 일을 했다며 상당히 격노했고, 결국 그 일은 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한다"고 썼다.
부 전 대변인은 각주를 달아 "정황상 문 대통령이 격노한 이유는 미사일 지침 종료 추진이 아니라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김 차장의 발언인 듯싶다"고 풀이했다.
김 전 차장이 2020년 초 미국을 찾았을 때 미측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논의했다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당시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한국군 미사일의 사거리를 최대 800㎞로 제한했던 미사일 지침은 김 전 차장의 당시 방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1년 5월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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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전날이던 지난해 3월 8일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북한 선박을 군이 나포했을 때 윗선에서 신속한 송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누구라고 밝히긴 어렵지만, 위에서는 왜 나포했냐며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어이 상실"이라고 적었다. 당시 군은 절차대로 합동심문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위쪽에서 빨리 송환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국방부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또 선거 당일인 3월 9일에는 여러 전화를 받았다면서 "우왕좌왕하는 것 같았다. 안보실에서 불안해하는 모습이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언론에 알리는 문자 공지는 처음에 '표류 중인 북한 선박을 우리 군이 구조했다'는 내용으로 나왔다가 '나포'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최종적으로는 '표류'가 빠지고 '구조'는 '확보'로 변경됐다고 부 전 대변인이 밝혔다.
2021년 3월 있었던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관련해서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한미동맹을 이간질하고 있다며 동맹 강화를 주문했다. 북한은 모든 면에서 확실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스틴 장관이 한국의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노력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의) 핵심 능력부터 구축하라"고 말했다고 썼다.
부 전 대변인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며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의지가 없다는 점을 느꼈다"고 적었다.
2021년 3월에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도 추진하고자 국방부 차원의 당국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청와대가 연기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저서에 포함됐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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