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 고양에서 만난 A씨가 자신의 장미 농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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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농가는 올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고 봐야 해요."
경기 고양시에서 40년 넘게 장미 농원을 운영한 A씨(67)는 2일 오전 농장에서 장미를 포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의 장미 농원 면적은 약 4000평이다. 지난달 A씨는 납부된 난방비를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난방비로 약 1900만원이 나갔다. 1년 전보다 300만원가량 오른 수준이었다.
A씨는 "코로나19(COVID-19)가 어느 정도 지나고 꽃 산업이 조금이나마 살아날 줄 알았는데 이번엔 농사짓는 비용이 문제"라며 "비룟값이 오른 것도 모자라 난방비 폭탄까지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난방비 상승으로 화훼 농가가 울상이다. 화훼 농가는 온도 유지를 위해 전기난방, 등유 난방을 한다. 화훼농가는 이맘때쯤 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특수를 예상한다. 올해는 소비자 반응이 냉랭하다. 난방비 상승에 꽃다발 값도 덩달아 올라서 수요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농사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49.2원. 전년 동기(36.9원) 대비 12.3원 올랐다. 2023년 1월부터 적용되는 농사용 전기요금은 53원으로 더 올랐다.
등윳값도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가격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023년 1월 면세등유 가격은 1ℓ당 1297원으로 지난해 1월(933원)보다 364원 올랐다.
A씨 농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떨어진 B씨(49)의 농장도 사정이 같았다. B씨는 면적이 1800여평에 달하는 장미농장을 운영하는데 지난달 난방비 1800만원을 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00만원이 더 들었다.
B씨는 "장미 농사를 위해선 실내 온도를 섭씨 23도로 유지해야 하는데 난방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품질을 포기하고 온도를 1도 낮췄다"며 "비닐하우스 보이는 틈새 곳곳을 찾아서 열이 안 빠져나가게 틀어막고 있다"고 말했다.
난방비는 올랐지만 꽃에 대한 수요는 줄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난방비가 오른 영향으로 꽃값도 올랐고 졸업식 시즌인데 예전보다 꽃다발을 사는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했다.
지난해 1월 1~10일 서울 양재 화훼공판장에 들어온 장미 10송이 평균가는 1만4884원이지만 올해 같은 기간 평균가는 1만6067원으로 7.9% 올랐다. 화훼 업계는 지난달, 이달 난방비 대란이 이어지면 꽃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울에 사는 50대 여성 이모씨(54)는 가격 때문에 고등학생 아들 졸업식에 꽃다발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씨가 예상한 꽃다발 가격은 3만원 수준인데 인근 꽃집을 알아보니 가격이 4~5만원 수준이었다. 이씨는 "이 가격이면 꽃다발이 아니라 다른 걸 졸업식 선물로 주는 게 낫겠다"고 했다.
화훼 농가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는 "주변에 꽃을 재배하다 다른 농작물로 바꾸거나 농사를 포기한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은 된다. 이대로면 조만간 우리나라 화훼산업 다 망할 판"이라며 "난방비 대란으로 정부가 저소득층은 지원하는 것처럼 농가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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