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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물가와 GDP

‘전기·가스·수도 28.3% 급등’ 지난달 물가 5.2%↑…5%대 고물가 장기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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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서면서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던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기·가스·수도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른 데다 가공식품 등이 여전히 고공행진하면서 물가 오름폭을 키웠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한 가운데 가스비(2분기 이후) 등 공공요금 인상 등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5%대 고물가’ 흐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올랐다. 이는 지난해 12월 상승률(5.0%)보다 0.2%포인트 오른 것이다. 물가 상승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이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도 1월 0.8%로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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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가게에서 상인이 전기난로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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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수도 28.3% 급등…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

물가 흐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는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세 가지 항목을 묶어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 12월 23.2% 상승률을 기록해 한 달 새 5.1%포인트 상승폭을 확대했는데, 전기요금 상승이 주요 원인이 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는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29.5% 오르고, 전월 대비 9.2% 오르면서 공공요금 상승세를 주도했다. 도시가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36.2%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전기료가 공공요금 인상을 견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도 지난해 12월 0.77%에서 지난달 0.94%를 기록하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월 물가가 전월보다 상승 폭이 확대된 데는 전기료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공업제품 중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가 5.0%를 기록, 2022년 12월(6.8%) 대비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경유(15.6%)와 등유(37.7%)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이어간 반면, 휘발유(-4.3%) 물가는 내렸다. 반면 가공식품은 전월(10.3%)과 동일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품목별로는 빵(14.8%), 스낵과자(14.0%), 커피(17.5%) 등에서 상승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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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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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은 1.1% 올라 전월(0.3%) 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강설·한파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가 5.5% 오른 데 따른 것이다. 품목별로는 오이(25.8%)와 파(22.8%), 양파(33.0%) 등이 오름폭을 키웠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9%로 전월(6.0%)보다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 8%대를 웃돌던 외식 물가 상승률이 7.7%로 소폭 하락한 영향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석유류제외 지수는 5.0% 올라 전월(4.8%)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9년 5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작성된 또다른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4.1%로 전월과 같았다. 두 지표가 차이가 난 배경은 농산물·석유류제외 지수에 공공요금 인상분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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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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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고물가 흐름 고착화하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5%대 고물가 흐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고, 대내적으로도 공공요금 인상 요인도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1분기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 당 13.1원 올리기로 결정한 가운데 가스요금이 2분기 이후 인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교통비 물가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올라 향후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종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한 번 오르면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지난 가공식품 역시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10.3%)을 2022년 1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기록하며,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에도 물가상승률이 5% 내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향후 물가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됐으나 전기료 인상, 한파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전월보다 다소 높아졌는데 이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도 “최근 두드러지는 물가 상방요인을 중심으로 면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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