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취준생·대학생 지원 예외
종일 바깥생활로 난방비 아껴
객지생활해도 세대분리 안 돼
정부가 올겨울 난방비 폭탄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청년 세대들은 이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모습. 임세준 기자 |
#1.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정모(26) 씨는 최근 급증한 난방비 부담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분으로 난방비 8만원이 나왔기에 조금이라도 요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김씨는 과거 모아뒀던 인턴 월급과 더불어 매달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받는 40만원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왔지만, 조만간 아르바이트를 더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씨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 원래 하루 반나절을 카페에서 지냈는데, 요즘은 거의 하루종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그래도 집에서 난방을 트는 대가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요금을 부담하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털어놨다.
#2.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청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28)씨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올해 난방비가 오른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이번 한파에 난방비를 마음껏 사용했다가 최근 난방비로 33만원을 내게 생겼다. 이로 인해 최씨는 “고지서 받은 후로 무서워서 난방 잘 틀지 못해 추울 땐 뜨거운 물주머니를 이불에 넣고 자고 있다”고 말했다.
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20대 청년들은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오르는 공공요금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은 시름하고 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도 이르면 오는 4월께 인상할 전망인 탓에 이를 주요 이동수단으로 이용했던 청년들에게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동절기 취약계층 보호 난방비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올겨울 난방비로 59만2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난방비 추가 지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동절기 4개월 기간의 가스요금 할인을 통해 이뤄진다. 차상위 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은 윗 단계 계층으로, 기준 중위소득 50%(2023년 4인가구 기준 270만482원) 이하인 가구를 의미한다.
그러나 청년들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속하지 않아도 난방비 등 각종 공공요금 부담에서 시름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대학 생활과 취업 준비를 위해 자취를 하는 청년들의 경우에도 보장 가구에 속해 이번 난방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올해 기준 1인 가구 기준 중위 소득이 207여만원을 초과할 경우 세대 분리가 가능하지만, 이 같은 경우에는 차상위계층에 속하지 않아 별도의 난방비 지원을 찾긴 어려운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타지에 있는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 준비를 위해 자취를 하고 있는 30세 미만의 청년 가구라고 할지라도 세대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모의 소득기준이 중위소득 50%를 넘어서면 차상위계층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가 인근에서 7평 크기의 원룸에 살고 있는 대학생 김모 (24) 씨 역시 차상위계층에 속하진 않지만 난방비 고지서에 명시된 ‘18만원’을 확인한 뒤,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물론 방학을 맞이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집에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가는 기분이다”라며 “차상위계층에 들지는 않지만, 부모님께 지원을 받을 만큼 여유로운 형편도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학교 동아리방은 책상과 쇼파, 난방까지 나오니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 세대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필요한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를 선별하는 것을 어렵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을 위한 지원 정책을 고민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차상위계층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난방비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선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철·박혜원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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