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통위서도 추경 편성 가능성 언급
정부·與, 선 그었지만 경기둔화·세수감소 부담
한은은 부정적…실제 편성시 통화정책도 영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 두번째),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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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도 "추경 시나리오 고려해야"
2일 한은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며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 추진을 이유로 추경을 요구한 이후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차원의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에 일단 선을 그었지만 난방비 등으로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은 필요한 상황이다.
한은은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만큼 당분간 긴축 재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추후 세수 부족과 경기 침체 상황에 따라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은 "정부 예산편성 당시에 비해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졌고 감세 조치로 세수는 예상보다 적게 걷힐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불가피하게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을 잠재적인 전망 시나리오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조사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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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없다'지만…경기·세수 악화 부담
정부와 여당이 추경 편성을 거부하고 있으나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 최후의 수단으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1.8%)보다도 낮은 수치다.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지한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미·중갈등 심화와 반도체 한파, 고금리 영향으로 올해 부진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경을 하게 되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정부의 59조원의 2차 추경을 두고 경제 성장률을 0.2~0.3%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당시 추경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0.4%포인트로 추산했는데, 이는 추경이 물가 상승률보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 모두 경기회복이 필요한 만큼 하반기 추경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낮추며 세입 기반이 약화된 것도 추경 가능성을 높인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소득과 소비마저 줄어들 경우 소득세, 종부세, 부가가치세 등 세수가 줄 수밖에 없다. 반면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서민을 위한 지원 필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어 향후 정부도 재정 건전성만을 이유로 야당의 추경 편성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추경 편성 여부는 향후 세입 상황이나 경기 흐름에 달려 있어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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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추경 나서면 통화정책에도 영향
한은은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전망이다. 한은으로선 물가뿐 아니라 1000조원에 달하는 국가 부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전날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재부에서 건전 재정으로 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서 물가뿐 아니라 위기관리에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반대로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추경에 나서면 정책적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도 "지금까지는 크게 걱정 안 했던 정부 부채가 (위기요인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세계 경제에 재정 지출이 중요한 역할을 할 텐데, 이자율이 높은 상태에서 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새로운 테마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하반기 추경에 나선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상당수 위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현재 전망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간다는 전제가 뒷받침됐을 때 얘기다. 실제 일부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앞서 이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을 고려해서 금리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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