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인건비·자잿값 인상에 '3중고·4중고'…양식업도 도산 직면
"면세유류·전기요금 인상분 지원책 확대 절실"
난방비 걱정하는 농민 |
(전국종합=연합뉴스) 에너지 가격 폭등이 농어업인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에 한파 속 기름값·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3중고' '4중고'를 겪는다.
일부 농가들은 농사를 포기할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발 빠르게 농어가에 대한 지원에 나섰지만, 농어업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다.
◇ 한 달 비닐하우스 난방비만 700만원…화훼·축산농가도 울상
기름값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농민 시름도 깊어졌다.
특히 한파에 온종일 난방해야 하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비료나 비닐 등 농사에 필수적인 자재를 석유에서 추출하다 보니 기름값이 오르면 자잿값도 덩달아 올랐다.
비료의 경우 예년보다 150∼200%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경남 고성군에서 15년째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조광복(58) 씨는 올해가 가장 힘들다.
약 6천611㎡ 비닐하우스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난방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ℓ(리터)당 약 1천원 가량이던 난방비는 최근 1천700원까지 올랐다. 한 달에 약 4천ℓ를 쓰는 조씨는 난방비만 약 7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조씨는 "방울토마토 시세도 지난해보다 떨어져 이러다 내년에는 농사 못 짓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날씨까지 추워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40대 농민은 "이미 농촌 인건비가 하루 14만원으로 치솟았는데 기름값, 전기료마저 올라 농사짓기가 갈수록 힘겹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기름으로 가동하는 온풍기 대신 조금이라도 저렴한 전기를 쓰는 발열등으로 교체하는 농가도 있다.
제때 비닐하우스 난방을 하지 못하면서 생육 부진으로 출하를 미루는 농가나, 졸업과 입학 특수도 누리지 못하는 화훼농가도 끝 모를 한숨을 내쉬고 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에서 비닐하우스 5채에 프리지어를 재배하는 이승복씨는 올 2∼3월 졸업과 입학 특수를 겨냥해 지난해 9월 심은 프리지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상심이 크다.
이씨는 "이맘때쯤 화사하게 펴야 할 꽃봉오리가 한파로 인한 생육 부진으로 예년만 못하다"며 "지금 상태라면 수확량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축산 농가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 이천시 호법면에서 돼지 1천500만리를 사육하는 이모씨는 "축사에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 보온등과 열풍기를 가동하는데, 전기 사용량은 작년과 비슷한데 사용요금이 크게 올라 돼지 한 마리 출하 시 생산비가 배 이상 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꽃선물 |
◇ 1만㎡ 양식장 한 달 전기요금 2천만원…20∼30% 올라
어민들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부담 가중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사는 50대 어민은 "좀 큰 배는 한 번 나갈 때 기름을 1천만원 어치는 넣어야 하는데 면세유가 올라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에서 대구잡이를 하는 공성택 거제대구호망협회장은 "고정비가 올라 요즘은 2번 조업 나갈 것을 1번 가고 만다"며 "조업을 나갈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양식장의 경우 펌프와 산소발생기 가동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아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양식어가들은 약 1만㎡ 규모로 양식장을 운영하면 작년보다 전기요금이 20∼30% 올라 2천만원 정도를 내야 할 정도로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육상양식어업의 경우 생산 원가 중 전기요금이 13%를 차지한다.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어가당 연간 평균 전기료가 5천200만~1억5천600만원 추가 부담돼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제주어류양식수협과 한국광어양식산업연합회는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돼 양식어가들이 도산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식장 조업 현장 |
◇ "농어업용 에너지비용 지원해야"…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른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는 지난해부터 면세유류 문제해결과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반대를 요구하는 전국 화훼인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농어업용 전기요금 인하 촉구 건의안'을 의결해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국회, 유관 부처, 한국전력공사 등에 전달했다.
도의회는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의 특성상 농사용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 농수축산업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연맹 관계자는 "규모가 큰 시설재배 농가는 난방비만 3천만원이 나왔다는 얘기까지 있다"며 "농민들을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일부 지자체도 호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12월 시설원예 농업인가 법인이 난방용으로 구입해 사용한 면세유류에 1ℓ당 130원의 유가연동보조금을 지급했다.
전남도는 농어업인들이 지난해 4분기에 사용한 전기요금 인상분의 50%를 지원하기로 하고 예비비 73억원을 긴급 투입한다. 면세유류가격 인상분 50%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지원금 268억원에 도와 시군의 긴급 예비비 252억원을 투입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2일 "유류비와 전기요금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이에 상응한 도 차원의 선제적 지원계획을 수립했다"며 "시설원예, 축산업 등 농어가의 경영 안정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성 김소연 김용민 전지혜 양지웅 김형우 이준영 전승현 기자)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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