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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중국 인구 감소가 위기?···돈 버는 산업 따로 있다[김광수의 中心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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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회복 기대감 속에 '피크 차이나' 우려

저출산고령화 가속, 생산성 떨어지는 인구구조

결혼·출산 꺼리는 여성, '독박육아' 피하려 해

엔젤·실버산업, 반려동물, 로봇 등 주목할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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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인구 대국’ 중국에 연초부터 발등의 불이 떨어졌습니다. 세계 최대 인구 자리를 인도에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7일 중국은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에 비해 약 85만명이 줄어들었는데요. 비율로 치면 고작 0.06% 감소에 불과한데, 이 정도를 두고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전세계가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요?

코로나 벗어난 중국, 경제 회복 기대감
중국은 최근 일주일의 공식적인 춘제 연휴 동안 주요 관광지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국내는 물론 3년 만에 코로나 빗장이 풀리자 해외 여행까지 단기간에 수요가 늘었습니다. 식당에는 몰려든 손님들로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할 정도였고 쇼핑몰에도 이른바 ‘보복소비’ 행렬이 몰려들었습니다.

경제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경제 회복 가능성을 감안해 중국의 성장률을 기존 4.4%에서 5.2%로 0.8%나 올려 잡았죠.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만 봐도 중국 증시로 빠르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의 경제 전망을 밝헤 합니다. 1월 30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는 14거래일 연속으로 중국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홍콩을 통해 상하이·선전거래소의 중국 A주 시장으로 유입된 외자 자금도 186억 위안(약 3조 3870억 원)을 넘었죠. 지난해 연간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 주식 순매수 규모가 약 900억 위안인데, 올해는 1월에만 1318억 위안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2014년 11월 후강퉁, 선강퉁이 시작된 이후 월간 최대 기록인 2021년 12월의 889억 위안을 훨씬 상회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일 뿐 중국의 고속 경제 성장 시대가 서서히 저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피크 차이나'라는 말이 퍼지고 있죠. 정점을 의미하는 '피크', 중국이 말 그대로 성장의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도 연초부터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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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찍은 중국 인구, 성장 감소 우려

피크 차이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중국의 인구 감소입니다.

중국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인구는 14억 1175만명입니다. 출생인구가 956만명인데, 사망자가 1041만명이라, 2021년 대비 85만명 줄었습니다.

중국은 960년 개국한 송나라 때 이미 1억명을 넘어 1000년 넘게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의 자리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인도가 중국 인구를 추월할 거라고 합니다.

인구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라는 추세에 따른 영향입니다. 단지 인구가 조금 줄어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인구구조 자체가 변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중국의 인구 구조를 보면 피라미드 구조에서 역 U자형을 지나 역삼각형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평균 수명이 늘어나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출산율까지 떨어지게 되면 인구 구조 자체가 바뀌게 되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줄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현상이 중국에서도 나타나려고 하는 거죠.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으로, 이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일할 사람도 줄고 그만큼 돈을 쓸 사람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까지 더해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은 이제 인구도 줄어들고 인건비까지 늘어나면서 외국 입장에서 보면 매력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삼성도 애플도 최근 베트남을 중국의 대체할 시장으로 꼽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줄어들지만 고령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부담은 커집니다. 연금을 비롯해 각종 복지 비용이 불어나는데요.

중국도 최근 국가, 기업, 개인의 '3층 연금' 구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급격한 고령화로 2028년부터 적자에 돌입해 2035년이면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죠. 그렇다보니 현재 중국은 일부 지역에서 개인 연금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미혼자 출생신고까지 허용하는 중국

고령화는 막을 수 없기에 중국은 출산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일단 결혼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중국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 때문입니다. 중국은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3490만명이나 많다고 합니다. 남아 선호사상이 심한데다 1979년 인구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중국 정부가 엄격한 '한 자녀 정책'을 쓰면서 강제 낙태가 늘어나 1980년대 이후 남녀 비율이 크게 무너졌습니다.

도시에 비해 농촌으로 갈수록 남성이 여성에 비해 비율이 높다 보니 결혼을 못하는 남자가 많습니다. 인신매매로 팔려간 여성이 농촌 남성의 애를 낳고 살며 도망가지 못하게 쇠사슬로 묶여 지냈다는 뉴스가 2022년에도 나오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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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0년대 들어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둘째 출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셋째도 나을 수 있도록 정책이 추가로 완화됐죠.

쓰촨성 정부는 미혼자에게도 자녀 양육을 허용하고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결혼한 부부에 한해 두 자녀까지만 등록이 가능했죠. 아울러 쓰촨성 정부는 3자녀까지만 출생신고를 허용하던 '1가구 3자녀' 정책도 폐지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도 비슷한 정책이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녀를 낳고 싶은 만큼 낳으라는 것인데, 중국에선 여성들이 애를 낳기엔 여전히 쉽지 않은 여건입니다.

여성 인권이 상대적으로 보장받는 국가지만 아직까지 출산, 양육에 있어서는 후진적입니다. 우리나라는 90일간의 출산휴가를 비롯해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받습니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육아휴직을 1년6개월로 늘리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중국은 여성 근로자에게 98일의 출산휴가를 제공하고, 이 중 15일을 출산 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난산, 다태아의 경우 일부 휴가가 더해지고 각 성·시별로 휴가 일수를 추가로 제공해 기존 98일에서 지역별로 30일에서 90일 정도 추가가 됩니다.

그래 봐야 대부분 6개월 남짓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유아휴직 개념이 없이 출산휴가가 사실상 전부인 중국에서 이 정도만 쉬고 육아를 하기엔 산모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출산이나 육아에 따른 휴직 제도가 여성에게만 집중된 것도 중국의 문제입니다. 작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육아는 부부 공동 책임인데 출산휴가 연장이 여성에게 국한돼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만 돌아간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여성의 '독박육아'를 막아야 한다며 남성에 대한 지원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죠.

출산 여성의 취업률이 떨어지는 점도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꺼리는 이유입니다. 202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출산 여성의 취업 성공률이 아이가 없을 때에 비해 6.6% 감소했고, 두 자녀를 출산하면 최대 9.3% 이상 하락했다고 합니다.

자녀를 낳으면 가계 총 소득도 떨어져 한 자녀의 경우 5.6%, 둘째 출산 이후에는 한 자녀 때보다 7.1% 이상이 더 하락했다고 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실버·로봇산업, 싱글경제 등은 호황

쉽게 중국의 저출산고령화 구조가 바뀌거나 인구가 다시 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상황에 따라 산업 구조도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소매 가격 기준 중국 분유 시장 규모가 2021년 1730억 위안(약 31조5천억원)에서 2025년 1170억위안(약 21조3천억원)으로, 4년 만에 32.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분유뿐만 아니라 영유아 관련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만 아직 기회는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 집에 한두명만 아이를 낳다 보니 유기농, 프리미엄 등으로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엔젤산업 규모는 오히려 해마다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라 실버산업의 성장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0년 8조 위안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실버시장 규모는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 2024년에는 14조위안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주목해야 할 분야는 더 있습니다.

적은 노동력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시장인데요.

중국 로봇 시장에 대해 소개하면서 밝힌 것처럼 서비스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중국 대도시의 식당과 호텔에선 로봇이 서빙하는게 너무나 흔해졌습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싱글경제도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도시에 혼자 사는 젊은이들에 맞춘 외식 산업, 소형 가전, 가구 등 인테리어 등이 주목받고 있고, 중국도 점차 1인용 소포장 식료품 제품이 늘고 있습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동물 시장도 싱글경제 성장에 따른 연관산업으로 주목할 수 있죠.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로, 대형 면적보다는 1인 가구를 비롯한 소규모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 형태가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위기에도 기회는 있습니다.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신규 산업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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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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