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연매출 100억원 대박, 한국 벽시계의 단순했던 시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업노트 훔쳐보기] 플라이토 LED 전자 달력·벽시계 만든 지성아이엔씨 박기현 대표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빨간색 숫자로 시간과 날짜를 표시하는 액자식 벽시계. 은행이나 학교 급식실, 구내식당, 찜질방처럼 여러 사람이 오가는 장소에는 꼭 이런 모양의 시계가 보인다. 학교, 식당 하물며 찜질방까지 10~20년 지나면 세련된 인테리어로 리모델링하는데, 시계만 10년 전 디자인 그대로다.

지성아이엔씨는 그 시계를 대체할 세련된 벽시계를 만든다. 박기현(31) 지성아이앤씨 대표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만한 전자 벽시계를 찾다가 직접 개발했다. 직접 만나 ‘감각적인 벽시계’를 만든 과정을 들었다.

조선일보

플라이토 LED 전자 달력·벽시계를 들고 있는 박기현 지성아이엔씨 대표. /더비비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도 견디게 해준 전자 시계

플라이토 LED 전자 달력·벽시계는 LED 시계 전문 기업 ‘지성아이엔씨’가 2022년 2월 출시한 달력 모양의 벽시계다. 벽시계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전형적인 시계 모습이 아니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재 소재로 된 본체에 흰색 LED 불빛으로 시간과 날짜정보를 띄운다. 인테리어 환경에 따라 크림, 마블, 딥 그레이, 블랙 등 색상을 고를 수 있다.

크기에 따라 27x35cm 제품은 1.4kg, 35x50cm 제품은 2.3kg의 무게다. 자동 밝기 센서가 있어 주변 공간의 광량에 맞춰 시계의 불빛을 5단계로 알아서 조절한다. 제품 하단에는 온·습도 센서도 있어 실내 온도와 습도 정보를 알 수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악기가 보관된 장소처럼 공간의 적정 환경 유지가 중요한 곳에 적합하다.

당연히 알아서 시간은 물론 달력 날짜도 자동으로 바뀐다.

[조선닷컴 독자 한정 최저가 행사] : https://bit.ly/3Djxpyx

박기현 대표는 대학생 시절 쇼핑몰 창업에 도전해 사무용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팔았다. 지성아이엔씨에 합류한 건 8년 전의 일이다. 그가 스물 셋일 때다. “지성아이엔씨 제품을 도매로 사서 쇼핑몰에서 판매하며 처음 알게 됐어요. 특히 벽시계 인기가 좋았죠. 마침 오프라인 매장과 도매 유통을 위주로 하던 지성아이엔씨가 온라인 시장에 도전해보려는 시기였어요. 관련한 얘기를 나누면서 많이 친해졌고, 대표님이 합류 제안까지 하셨어요. 온라인 사업부를 도맡아 이끌어달라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사업으로 축이 넘어왔다. “매출 구조가 급변했어요. 이젠 전체 수익의 65%가 온라인에서 발생하죠.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온라인 사업부 팀장에서 공동 대표로 위촉됐습니다.”

◇‘감각적인 제품은 한 끗 차이’ 플라이토 LED 전자 달력·벽시계 개발노트

조선일보

(왼쪽부터) 일본의 소비재 박람회 견학을 위해 출장 간 박 대표의 모습, 리빙디자인페어에서 지성아이엔씨의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 /박기현 대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시장에 있는 제품이 늘 정답은 아니다

국내 벽시계 시장에서 LED 시계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하반기부터다. “많은 사람이 잘 꾸며진 카페나 호텔에 방문해 여가 생활을 즐기고,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일상이 됐어요. 사진의 배경이 되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졌죠. 벽시계와 같은 소품 하나까지 신경 쓸 정도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했고, 집 꾸미기 앱에서 LED 벽시계와 같은 인테리어 소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 수요는 높아졌는데 시장에는 이에 상응하는 제품이 몇 없었다. 새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디지털 숫자가 그대로 노출되는 3D형태의 LED 벽시계가 그때도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저는 이 제품이 특출나서라기보다 ‘이것밖에 없어서’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그 인기가 영원할 수 없어요. 디자인이 세련된 달력시계를 만들어 보기로 했죠.”

[조선닷컴 독자 한정 최저가 행사] : https://bit.ly/3Djxpyx

조선일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 없는 플라이토 LED 전자 달력·벽시계. /지성아이엔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뭐가 잘 팔릴까’ 말고 ‘어떤 제품 보고 싶을지’ 생각하라

과거 디지털 시계는 B2B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주요 고객은 판촉물을 주문하는 기업 고객이다. 금형을 만들어 대량 생산하고, 기업 로고만 달리 인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식 위주였다.

최근 시장이 변했다. 각 가정에서 예쁜 시계를 직접 고르고 산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할까’보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사고 싶을까’가 중요해졌죠.”

조선일보

플라이토 시계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박기현 대표. /더비비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을 콘셉트로 삼았다. 외주 디자이너를 고용해 수십, 수백 가지의 디자인을 검토했다. “달력 시계 디자인을 포스터로 인쇄해 벽에 모조리 붙여봤어요. 시계 본연의 기능을 잘 살릴 수 있게 시인성이 뛰어나야 했고, 디자인이 단순해 어떤 공간이든 잘 어울려야 했죠. LED 숫자의 크기, 간격, 밝기, 날짜를 표시하는 색상을 여러개로 바꿔가며 디자인을 결정했습니다.”

3. 겉만 번지르르하면 안 돼, 기능부터 서비스까지 확실하게

조선일보

플라이토 시계 온·습도 기능을 테스트 하는 모습. /지성아이엔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 요소에 강점을 뒀다 해도 눈에 보이는 부분만 신경 쓰면 안 된다.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꾸준히 팔리는 베스트셀링 제품이 될 수 없어요. 반짝 인기몰이를 하곤 금방 유사 경쟁 상품에 밀립니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제품이어야 했다. 시계 하나로 온·습도계와 간접등 역할까지 구현했다. 빛 감지 센서로 시계의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통해 어두운 새벽이면 주변을 은은하게 밝힌다.

[조선닷컴 독자 한정 최저가 행사] : https://bit.ly/3Djxpyx

온·습도 센서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계 뒷면이 아닌 시계 하단에 달았다. “저가형 벽시계들은 설계의 편의를 위해 센서를 시계 뒷면에 달아요. 센서가 뒷면에 붙어있으면 인식 반경이 좁아져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부가 기능 요소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만드는 거죠. 우리는 허울뿐인 기능은 넣기 싫었어요. 제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하죠.”

조선일보

(왼쪽부터) 시계와 연결된 전선의 굵기를 보여주는 모습. 투명하게 피복해서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다. /더비비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계와 연결된 전선의 굵기도 신경썼다. “전자 시계니까 전원을 공급하려면 콘센트에 연결하거나 매립 시공을 해야 하는데요. 두꺼운 검은색 전선은 인테리어를 해치죠. 겉으로 봐도 티 나지 않는 1mm 굵기의 가는 전선에 투명 피복을 코팅했어요. 신용카드 두께 정도 됩니다. 천장, 걸레받이, 아트월의 틈새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쉽게 셀프 시공할 수 있어요. 제품 주문 시 추가금을 내고 매립 시공도 받을 수 있지만, 셀프 시공을 택하는 비율이 더 높습니다.”

◇대표라고 달라질 것 없다, 기본이 제일 중요

2022년 2월, 플라이토 LED 전자 달력·벽시계를 출시했다. 지성아이엔씨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이다. 매출의 80% 이상이 LED 시계 제품에서 나온다.

조선일보

20대 초반에 지성아이엔씨에 스카우트 돼 입사한 뒤, 공동대표가 된 박기현 대표. /더비비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용 판촉물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3040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아요. 일반 가정의 거실에 어울리는 크기로 제작했는데, 올해에는 기업용 초대형 시계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6시, 상담원 퇴근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이 남긴 1:1 문의에 그직접 답변한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 상담 업무를 외주로 맡기거나, 직원들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할 수 있는데까진 제가 하려고 합니다. 핵심 경영인일수록 기업이 취급하는 제품에 대해 자주 들어오는 질문이나 불만 사항을 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르면 안 되죠.”

[조선닷컴 독자 한정 최저가 행사] : https://bit.ly/3Djxpyx

[김영리 더비비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