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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동규 "이재명 이름은 금기" 작심발언…'정진상'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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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전 실장 측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재판 전에 낙인을 찍고 출발하려는 것 같다”며 “이 사건의 실체와 무관하게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범죄혐의를 담은 공소장만 법원에 내고, 판사가 예단을 가질 수 있는 다른 서류를 첨부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검찰은 “피고인의 혐의는 공무원과 민간인의 유착관계와 관련된 것”이라며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서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 전 실장은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변호인만 참석하면 되고, 정 전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은 참석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법원에서 나와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유동규 “때 벗겨낼 것” 작심 발언…정진상은 ‘침묵’



유 전 본부장은 “일(대장동 개발)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어떻게 일사천리로 다 진행될 수 있었겠나”라며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이 대표를 지목했다. 또 “이재명의 이름은 불문율이거나 금기였던 사안이었다”며 “민간사업자들에게 이 대표의 이름을 팔면서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저는 옆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검찰 출석 때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 대표가 최근 검찰 출석 때 제출한 진술서에서 '유동규가 개발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유 전 본부장은 “숨겨놓은 때를 이번에 다 벗겨낼 생각이다. 이왕 목욕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찜찜하게 남겨놓고 싶지 않다”며“그냥 다 깨끗하게 씻고 싶다. 자수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대장동 의혹과 이 대표의 연결고리로 꼽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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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 전 실장의 법정 대응은 달랐다. 정 전 실장이 입을 연 건 재판 초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네”라는 짧은 대답, 그리고 국민참여재판 신청 계획에 “없습니다”라는 세 마디가 전부였다. 구속 상태인 그가 보석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가 진술 기회를 줬지만, 역시 침묵을 지켰다. 정 전 실장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묵비권을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대신,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 전에 의무적인 구인장 발부 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체포영장이 기각된 사실을 상기시켜 수사 정당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정진상 관련 해명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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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역시 정 전 실장의 침묵에 맞춰 그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장동 관련 1차 소환조사 때 제시한 서면진술서에도 이미 구속된 정 전 실장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검찰은 2차 소환조사에서 정 전 실장 부분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인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30년 된 정치적 동지가 구속됐는데 한마디 언급도 없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의 진술에 법리구성을 의존하고 있다. 대장동 일당 공소장에는 “유동규는 이재명의 승인 하에~” 등의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진술을 거부하는 정진상을 우회해서 유동규의 입을 빌려 혐의를 구성한 셈”이라며 “유동규 역시 대장동 의혹의 주요 인물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진술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정 전 실장의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정 전 실장의 진술을 뒤엎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점은 검찰에 호재다. 정 전 실장은 수사 초기 “김만배씨와 따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8개월 동안 29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오자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한 것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백현동 의혹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도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115차례 통화 기록이 나왔다.

김철웅·김정연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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