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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방송법·안전운임제 강행 예고…양곡법처럼 ‘법사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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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방송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줄줄이 본회의에 직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읍 국민의힘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패싱하는 방식으로,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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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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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사위가 게이트키핑(gatekeeping·법안의 취사선택)을 하지 못 하게 하는 첫 사례로 양곡관리법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나머지 법들도 가급적 미루지 않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법사위 회부 60일 이내에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의결로 본회의에 곧장 올릴 수 있게 한 국회법 86조 3항의 직회부 절차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에 이은 직회부 법안으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지난해 연말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되살리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간호인력의 업무 범위와 책임·권한을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안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의료법 등을 열거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본회의 직회부 요건을 채우는 건 방송법이다. 김 의장은 “2월 2일이면 방송법이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째가 도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한 방송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이사의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직능단체와 시청자위원회 등에 분산하는 내용이 골자로, 국민의힘은 “야권 성향 사장 임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 역시 여야가 대립하는 법안이다. 민주당은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긴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존의 안전운임제를 연장하자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화물차주가 받는 운임만 강제하고 화주 처벌 규정을 없애는 ‘표준운임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의장은 “정부 수정안에 타당한 부분이 있다면 반영해서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사업주 의견만 받아들이는 개악적 요소가 있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사위 패싱’ 전략엔 민주당 지도부도 힘을 보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의 권력 남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여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입법 납치극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앞으로도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생 법안을 책임 있게 처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지는 미지수다.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더라도, 실제 표결에 부치려면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시 전 공고하는 의사 일정 심의대상 안건으로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전날(30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해 “해당 상임위를 중심으로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하여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여·야의 합의를 재차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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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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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을 일방 처리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바라는 수준으로 협상이 되면 타협을 할 것이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그런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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