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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맹렬한 내전 중…민주진영, 주요 도시 장악이 관건”[미얀마 쿠데타 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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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2주년 장준영 사이버한국외대 교수 인터뷰

“민주 진영이 도시 장악 성공할 경우 전세 뒤집힐 가능성”

“국제사회 제재·총선 보이콧 재고할 필요”

경향신문

지난해 9월7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에서 반군부 무장조직 대원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선 주민들을 호위하며 혁명가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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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다시 군홧발 아래 놓인 지 만 2년이 지났다. 군부는 우세한 무력을 보유하고도 민주화를 염원하는 이들을 상대로 아직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군부가 2021년 2월1일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는 31일자로 만료됐다.

미얀마는 올해 중대 기로에 선다. 군부는 총선 실시를 예고해 껍데기 뿐인 ‘절차적 정당성’을 향해 가고 있다.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을 주축으로 하는 국민통합정부(NUG)는 ‘사기 선거’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곳곳에서 시민방위군(PDF)의 선거 사무소 공격 등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는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미얀마 현대사와 군부를 연구해 온 장준영 사이버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 진영이 중립적인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얼마나 잘 포섭해서 도시 지역을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 상황이 내전을 방불케 하는만큼, 시민방위군이 물리적으로 세력을 키운다면 군부를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한 “지난 2년 서방이 군부에 가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미얀마 시민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총선을 보이콧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닐 수 있다며 “체제 안에서 싸우는 전략”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전 상태···도시 장악이 관건”


경향신문

장준영 사이버한국외대 교수


- 현재 미얀마 국내 상황은 어떤가.

“미얀마는 나라는 크지만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도시는 양곤, 만달레이, 네피도 등 4개 정도다. 현재 군부가 도시를 거의 장악해서 일상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반군부 활동이 맹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군부가 선언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군부와 민주 진영이 물리적 군사 대결을 하는 내전 상태다.”

- 올해 전세의 관건은 무엇인가.

“예전에도 쿠데타에 뒤따르는 정치적 소요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2개월을 넘지 못했다. 군부가 무력으로 진압하면 끝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군부 진영이 시민방위군을 창설하며 이전과 달라졌다. 이제부터는 시민방위군이 앞서 말한 도시들을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달렸다. 미얀마 정부가 파악하는 미얀마 내 소수민족 무장단체(EAO)는 21개인데, 이중 가장 강력한 카친독립기구(KIO)와 카렌민족연합(KNU)이 시민방위군에 참여하고 있다. 이 둘 중 하나가 와해된다면 타격이 크다.”

- NUG는 올해를 ‘무장투쟁의 해’라고 선포했다.

“NUG 국방부가 시민방위군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인데, 국방부 내에 장관을 비롯해 국방과 관련된 인물이 없다. 병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표마다 규모(5만~10만명)가 다르다. 앞으로는 중립지대에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시민방위군으로 포섭하는 게 최우선이다. 소수민족들이 시민방위군에 안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는 버마족에 대한 불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NUG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내 주요 보직 일부를 소수민족 무장단체에게 할당하는 방법이 있다. 시민방위군이 중립을 지키고 있는 무장단체를 포섭해 세력을 더 키운다면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3만명 정도로 알려진 와족 무장단체가 시민방위군에 합류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군부가 소수민족들을 회유하고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 군부가 소수민족을 회유하는 미끼는 무엇인가.

“소수민족 단체들은 대부분 자체 정당도 가지고 있다. 군부는 총선을 통해 이들 정당의 제도권 입성을 보장해준다는 미끼를 던지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연방의회 진출보다는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방의회에 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 회유책이다.”

“군부, 약해졌지만 흔들리지 않아···제재 효과 돌아봐야”


경향신문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차에 올라탄 채 군인들을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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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군부의 역량과 실태는 어떤가.

“이전 군부에 비해 탁월한 편은 전혀 아니다. 미얀마 국군(땃마도)의 수를 35만~40만명 정도로 보는데, 실제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10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정규군 편재상 한 대대가 통상 500~600명이라곤 하는데 지금 100명 수준이다. 모병제인 미얀마에서 군인은 일종의 직업이지만 쿠데타 이후 자원입대가 줄었다. 사관학교 경쟁률도 예전엔 20대 1이 기본이었다면 이젠 미달이라고 한다. 군부에 대해 ‘사회적 처벌’이 내려져서 그렇다. 재정난으로 신식 장비나 군수 물자가 보급되지 않아 전투력 자체는 약화된 게 사실이다.”

- 그렇다면 군부가 내부에서부터 흔들릴 가능성은 없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미얀마 군부는 서열 1위부터 피라미드식으로 단일대오가 명확하다. 군 수뇌부는 자신들을 특권계층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쿠데타 이후) 병사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민 아웅 흘라잉이 돈과 사업권 같은 것만 보장해 주면 수뇌부의 충성도는 변하지 않는다.”

- 지난 2년간 국제사회가 군부에 가했던 제재는 어떻게 평가하나.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미얀마와 관계를 맺은 기업과 국가가 전부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부’라는 풍선의 어느 한 쪽을 미국과 유럽연합이 쥐어짜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른다. 그 부푼 쪽에 중국과 러시아가 돈을 댄다. ‘일대일로’를 펼치려는 중국 입장에선 서방이 미얀마에 압력을 가할수록 더 좋다. 미얀마의 선택지가 줄어들어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러시아 상황이 별로 좋지 않지만, 러시아도 미얀마에 무기 판매를 노렸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있는 기업을 철수시키진 않았으면 좋겠다. 미얀마 국민들이 외국 기업에서 일하면, 단순히 돈만 버는게 아니라 다른 문화를 배우고 느끼는 경험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땐 미얀마를 고립시키는 것보단 가급적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쪽이 낫다고 본다.”

- 쿠데타 이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무용론’까지 나왔다. 올해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 의장국 인도네시아가 시동을 걸고 있다. 핵심은 2021년 4월 아세안이 채택한 5대 합의안(미얀마 내 폭력 즉각 중단, 이해관계자의 건설적 대화 및 평화적 해결 도모 등) 이행이다. 군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 아세안의 국제적 위신이 깎였으니, 인도네시아는 이를 최대한 원상복구 시켜야 하는 임무가 있다. 그마저 못한다면 아세안에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총선 준비는 ‘보여주기식’···민주세력, 제도권 내 싸움 고민해야”


경향신문

총 33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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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의 총선 계획은 어떻게 전개될까.

“군부가 선거인 명부 작업을 공개하는 건 ‘보여주기식’이다. 전자식 명부도 아니고, 사망신고도 제대로 안된데다 똑같은 이름이 많은 미얀마에서 명부 조작은 일도 아니다. 선거 제도를 놓고 보자면 비례대표로 바뀌었다. 그러면 소수정당이 원내 진입하기가 수월해진다. 군부로선 소수정당을 진입시켜 ‘어쨌든 다당제 총선을 했다’는 명분을 만들기도 쉽다. 군부는 헌법상 의석 25%를 보장받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군부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이 26%만 확보하면 과반을 차지한다. 이는 매우 쉽다. 물론 군부가 ‘선거를 치를 상황이 아니다’란 명분을 내세워 총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 NLD의 총선 보이콧 전략은 어떤가.

“군부 체제, 반민주 체제라고 해서 완전 척지고 투쟁하는 것보다 제도권 내에 들어가 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미얀마에서 군부는 큰 이해당사자다. 정치권과 재계에서 군인들을 한번에 배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보려다가 ‘되치기’ 당해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 아닌가. 한꺼번에 군부를 퇴출시킬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의회에 들어가 협상의 힘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NUG 입장에선 역사에 죄를 짓는 것 같다 하더라도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서는 그게 나을 수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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