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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 떠나는 원희목 제약바이오 회장 윤석열 정부 향해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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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 생산, 국내에서 해야…
공중보건 위기 땐 '제약주권' 상실 우려"
한국일보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30일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에서 열린 2023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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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구소였던 모더나는 미국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3년 동안 할 일을 3개월 만에 끝냈다. (반면)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투입한 우리 정부 지원금은 (미국과) 비교가 힘들 만큼 열악하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30일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제약주권의 밑바탕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제약바이오그룹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국부를 창출하는 출발점이라고 확신한다"며 정부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원 회장이 '제약' 뒤에 '주권(主權)'을 붙인 건 코로나19 확산 초기 백신·치료제 개발 능력을 가진 국가가 이른바 '백신주권'을 보유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국민 생명권을 지키는 국가의 연구·개발(R&D) 능력이 국력을 증명하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4,127억 원을 투입했는데 (속도전이 필요했던) 이런 시기에는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고속작전'에 예산 14조 원을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2월 임기를 마치는 그가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윤석열 정부에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취임해 6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 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이 '자국 공급망 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지난해에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 의약품 품귀 사태가 벌어진 일을 떠올렸다. 그는 "원료 생산을 국내에서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인도나 중국보다 인건비가 높아 약가도 오를 수밖에 없고 정부가 보전을 해줘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료 의약품을 해외에 의존하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제약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 회장은 ①정부에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②필수 원료의약품·백신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③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임상 2·3상 단계의 의약품에 대해 정부 R&D 투자를 집중해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④보험의약품 가격제도 개선⑤대통령 공약사항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도 짚었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해 조율하는 국무총리 직속의 컨트롤타워를 설치·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 회장으로는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내정됐다. 노 전 처장은 다음 달 이사회를 거쳐 3월 취임할 예정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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