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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항만 근로자 처우 개선하겠다더니…민간항 보안까지 떠넘긴 해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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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보안 근로자 "보안 질 높인다더니 업무 가중"

"인력 직접 고용, 민간부두 보안요원 질 높여야"

뉴스1

부산항보안공사 소속 청원 경찰이 부두에 진입한 차량을 검색하고 있다.2021.8.20 ⓒ 뉴스1 손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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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항만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해 전국의 항만 보안직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서겠다던 해양수산부가 근로자들에게 수리조선소 등 민간이 책임져야 하는 항만시설까지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해수부의 관련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들은 근무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업무가 늘어나면 항만 경비·보안의 질은 더 떨어지고 각종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수부는 지난 18일 '민간항만CCTV연계사업 유지보수 운영 업무지침' 공문을 전국 유관기관에 보냈다. 국가항 보안직 근로자들에게 기존 근무는 그대로 하고 전국 민간 항만시설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 수천여대를 추가로 관리하면서 민간 항만시설에서 보안사고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과 합동 대응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칙적으로 국가항은 전국의 각 항만공사 등 유관기관 소속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들이, 민간항은 개인이 사설 경비 인력을 고용·관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항만 시설(국가항과 민간항)에 사고가 발 경우 책임 소재도, 책임도 명확히 구분돼 있다.

해수부는 국가항 보다 민간 항만시설에서 사고 발생률이 높다 보니 국가항 보안 근로자에게 민간 항만시설 CCTV 관제 협조를 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해수부가 내린 방안이 국가항과 민간항 모두에 '악수'라는 점이다.

지침대로라면 민간 항만시설에 배치돼 있는 보안요원의 업무 능력을 강화하거나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방식이 아니라 국가항에 배치된 인력을 분산 배치하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국가항과 민간항 모두 보안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민간 항만시설 사고 발생시 사고의 책임도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청원경찰법에 따라 국가항 보안직 근로자(청원경찰)는 관할구역(국가항) 외 근무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어 이에 대한 문제도 발생한다.

청원경찰법에는 청원경찰은 배치 결정을 받은 자와 배치된 기관·시설 또는 사업장 등의 구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아 그 경비구역만의 경비를 목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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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항만 기관과 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 모여 항만보안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부산항보안공사 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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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항만 중 근무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알려진 부산항(북항, 감천항,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의 경우 부산항만공사 자회사인 부산항보안공사 소속 청원경찰이 지키고 있다.

부산항은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해당하지만 현재 인력이 부족해 근로자 430여명이 3조2교대로 사실상 휴무일이 하루도 없이 일하고 있다. 높은 이직률로 경비·보안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 처우개선 필요성이 국감 등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해수부는 부산항을 비롯해 전국 국가 항만시설 보안직 근로자 처우 등 관리체계를 통일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항만경비 일원화 등 효율적 항만보안 운영체계 마련 검토 용역'에 착수했다.

부산항 보안직 근로자 A씨는 "근로자 처우개선을 하겠다던 해수부가 업무 외 민간 시설까지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부산항 보안직 근로자들은 현재 CCTV 모니터링을 하는 등 24시간 항만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3~4명이 수백대의 CCTV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부두의 CCTV까지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부산항 보안직 근로자 B씨는 "민간 부두를 국가항 보안직 근로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해수부가 인력을 직접 고용해 관리하거나 민간이 전문 경비를 고용해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부산항 대부분의 사고는 민간부두에서 일어난다. 업무가 늘어 자세히 살피지 못하다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유무와 범위가 애매하다. 해수부는 민간항만시설에서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에 대해 명확히 고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민간부두에 사설 경비요원이 있지만 민간 항만 부두 보안 강화를 위해 국가항 보안직 근로자들에게 협조를 구하려는 것"이라며 "현재 국가항 보안직 근로자들의 업무는 다소 늘어날 수 있겠지만 보안사고 발생 시 책임은 민간 부두 쪽에서 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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