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스프] '그알' PD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은 어떤 맛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예능과 시사교양, 경계가 사라졌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나 기억해야 할 인물을 정적인 설명 대신 예능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다. 역사서나 뉴스에서 한 번쯤은 접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배우 장현성, 방송인 장성규, 개그우먼 장도연이 스토리텔러로 나서 친구에게 전달하듯 편안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시청자는 ‘꼬꼬무’가 전하는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고 재미를 느낀다.

‘꼬꼬무’는 예능이 아니다. SBS 시사교양본부에서 만드는 시사교양 범주에 드는 프로그램이다. 방송계에서 예능과 교양의 장벽이 허물어진 건 오래된 일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고, 더 이상 다큐멘터리나 탐사보도 형식만 고수하지는 않는다. 교양 PD들도 연예인을 출연시키거나 예능의 포맷을 따와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좀 더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런데 예능을 접목시킨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요즘 굉장히 과감해졌다. 주로 스튜디오 안에서 연예인 출연진이 이야기를 나누고 야외촬영은 재연이나 실험 상황으로 제한적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야외 버라이어티나 서바이벌 같은 완전한 예능 포맷에 도전한다. 시사교양 PD들이 더 적극적으로 예능판에 뛰어들고 있다.

‘그알’ PD의 야외 버라이어티 ‘관계자 외 출입금지’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파일럿 3부작 방송을 끝낸 SBS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4년간 연출했던 이동원 PD와 ‘궁금한 이야기Y’, ‘TV동물농장’ 등을 만든 고혜린 PD가 ‘무한도전’ 김태희 작가와 손잡고 제작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외부인은 다가갈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에 가수 김종국, 개그맨 양세형, 배우 이이경이 ‘1일 출입증’을 받고 들어가 금지구역 내부를 직접 체험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조명한다. 이는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 포맷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서 다룬 첫 출입금지 구역은 구치소와 교도소였다. 시사교양PD라는 경력을 십분 활용한 시도였다. 이동원 PD는 “제가 ‘그알’을 했다 보니 일반인들이 못 가본 곳을 많이 가볼 기회가 있었다”며 “관계자만 갈 수 있는 구역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어디를 먼저 떠올릴까, 했을 때 첫 번째가 교도소일 것 같았다. 가장 보안구역이기 때문에”라고 장소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이 PD는 “‘그알’을 오래 해서 교도소 교정시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었다. 또 교도관도 많이 만나 인터뷰했었다”며 “그래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촬영을 진행하며 그동안 제가 알던 공간과 다르단 걸 느껴 신기했고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그알’ PD 출신으로 교정시설에 익숙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고백이었다. 이 PD는 “전국에 17,000명의 교정 공무원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았구나, 이런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구나 싶었다. 이게 우리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교도소와 구치소를 예능 소재로 가져왔지만, 시사교양 PD의 시각으로 풀어내니 무게감이 달랐다. 교정시설 안에서 수용자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현실적으로 보여준 것은 흥미로웠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진 교도관들이 실제로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알려준 것은 의미가 있었다.

금지구역에 들어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이 같은 콘셉트를 시사교양의 형식으로 풀었다면, 평이한 관찰카메라 형식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다루니, 누구나 흥미롭게 시청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시사교양 PD가 만드는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교양PD가 서바이벌 예능도 만들었다. ‘PD수첩’,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등을 연출한 MBC 장호기 PD가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100’을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시사교양PD다운 ‘질문’에서 시작됐다. 장PD는 우연히 헬스장 게시판에서 본 ‘이달의 베스트 바디’를 본 후, “가장 좋은 몸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갖게 됐고, 그렇게 ‘피지컬:100’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단 한 명’을 선발하는 서바이벌에 나이, 성별, 국적, 체급 불문 각 분야에서 최고의 피지컬을 가진 100명이 출전한다. 출연자들은 근력과 밸런스, 지구력과 순발력 등의 신체 능력은 물론,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퀘스트들에 도전한다.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역사이자 이야기 그 자체”라는 장호기 PD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그 어떤 드라마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감동과 여운을 느낄 것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운동에 대한 개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장PD는 “특정 운동을 주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완벽한 몸’에 대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출연자들을 섭외했고, 퀘스트(미션)도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명료하게 만들었다”며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좋아하실 거라 생각하고, 운동을 잘 못하거나 운동에 관심 없는 분들도 큰 부담 없이 출연자들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사교양PD는 왜 예능에 도전할까



채널 수가 많아지고 OTT로 콘텐츠를 자유롭게 보는 시대가 되며, 시청자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좋은 퀄리티의 프로그램을 찾는 것은 당연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할 거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것을 선호한다. 아무리 공공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해도, 재미없이 정보와 메시지만 전달하려는 교양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작 일선에 있는 PD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여러 트렌디한 프로그램들을 접하고 있는 젊은 PD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전통적인 제작 방식만을 고수할 수 없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이런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시사교양과 예능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희미해지고 있다.

OTT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지며, 시사교양 PD의 시선으로 만든 예능프로그램은 해외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피지컬:100’은 MBC 시사교양 PD가 제작하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된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MBC 측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하고 만들었다”며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는 본격적인 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SBS

**'보러가기' 버튼이 눌리지 않으면 해당 주소를 주소창에 옮겨 붙여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선애(sakang@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