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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1066개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 중 단 1개도 64개 핵종 측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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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 과학자 패널 전문가 “도쿄전력 데이터, 부정확·부적합·불완전”

“4년3개월 간 저장탱크 ¼ 수준만 측정…슬러지 폐기물 정보없어”

“탄소-14 반감기 5730년…세대 넘는 영향, 식량 안보 문제”

헤럴드경제

후쿠시마 원전 전경.[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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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 패널 소속 전문가들은 26일 “1000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 탱크 중 단 1개의 탱크도 전체 64개 핵종의 조합과 농도에 대한 측정이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 과학자들은 도쿄전력이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 패널에 공유한 방사성 핵종 데이터가 부정확하고 부적합하며, 불완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안전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수의 경우 사고에 의해 발생된 것이기 때문에 ‘방류’가 아닌 ‘투기’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PIF 과학자 패널 소속 과학자들은 도쿄전력(TEPCO)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받은 오염수 관리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째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전원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주는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추면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수습을 위해 고장난 냉각장치를 대신해 뿌렸던 바닷물은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오염수로 누출됐고, 오염수 처리 문제가 대두됐다. 하루에 140t씩 쌓인 오염수 저장 탱크가 부족해지자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13일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30만t의 오염수가 담긴 오염수 탱크 1066개를 보관 중인데, 올 상반기부터 바다로 흘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총 64개 방사성 핵종 중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통해 기준 내 수준으로 낮춰 1㎞해저터널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달노키 베레스 페렝 교수는 도쿄전력이 PIF에 제공한 데이터에서 10가지 문제점을 짚었다. 페렝 교수는 고농축 우라늄을 연구해온 핵 전문가로, 카이스트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일본이 오염수 내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했고, 지나치게 긴 공백 기간 동안 데이터 표본을 추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사는 “4년 3개월간 오염수 저장 탱크의 4분의1 수준만 측정됐다”며 “저장 탱크 데이터 샘플의 조합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고, 고준위 방사성 슬러지(침전물) 폐기물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사는 ALPS에 대해서도 신뢰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방사능 핵종에 대한 하한선이 일반적인 것보다 3~4배는 높게 책정돼있다”며 “도쿄전력은 자체적인 하한선을 가지고 있어 샘플 추출 자체가 편향적이고, 모든 수조에 대해 측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쿄전력은 삼중수소에만 집중하고 그 외에 수십 개의 핵종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았다”며 64개의 방사능 핵종에 대한 모든 분석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정상 가동 중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르준 마키야니 에너지 및 환경조사 연구소(IEER) 소장은 “도쿄전력은 배출하기 전의 상세한 샘플링이나 오염수 탱크의 방사성 핵종 함량에 대한 지식은 배출 계획에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표명했다”며 “PIF 과학자 패널의 공식 입장은 도쿄전력의 방식은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잠재적인 문제들을 다루기에는 너무 늦으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한 ALPS 시스템의 효과성과 적절성은, 필요시 재처리를 진행한다는 원칙적 대안 외에 실질적인 방안이 전무하다”며 “이는 방류 계획을 재고할 충분한 이유이며, 일체의 방류 계획을 수립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PIF 과학자 패널은 오염수의 해양 투기의 대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지진에 안전한 오염수 저장 탱크를 확보하고, 삼중수소가 충분히 반감기를 가질 때까지 저장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키야니 소장은 “삼중수소는 60년 정도면 90% 정도가 제거되기 때문에 조금 더 수조 내에서 보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62개 방사성 핵종에 대한 철저한 ALPS 처리 후 삼중수소와 탄소-14가 남아있는 오염수는 인간이나 환경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장소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에 활용할 것을 밝혔다. 또한 생물학적 정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리치몬드 미국 하와이대 케왈로드연구소장은 생물학적 문제에 대해 접근했다. 그는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 탄소-14의 경우 반감기가 5730년”이라며 “탄소-14의 경우 반감기가 너무나 길기 때문에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방사성 핵종이 방류됐을 때 가장 먼저 식물 플랑크톤에 흡수가 되면서 조류나 식물들이 방사성 핵종을 흡수하게 된다”며 “또한 동물 플랑크톤이 이를 흡수하게 되고 참치 유충이 이를 흡수하고, 먹이사슬의 가장 상위에 있는 사람이 이를 흡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직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포획한 어류에서 세슘이 발견됐었다”며 “태평양 섬 주민들에게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고 문화적인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성 물질은 세대를 넘어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의 유기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했을 때 오염수 방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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