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김정은 핵실험 필요성 못 느껴…효과 고려해 시기 정할 것"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 CSIS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화상 대담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아직 하지 않은 이유를 "북한은 어떤 인위적인 시한을 맞춰야 할 내재적인 시급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시점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핵) 개발 및 입증의 필요성, 외교적 필요성, 그리고 국내적 필요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7차 핵실험을 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어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핵 역량 개발(Development)과 입증(Demonstrate), 이 역량을 과시할 외교(Diplomacy), 국내적(Domestic) 필요 등 4개의 'D'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사일러 담당관은 북한은 핵 역량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지금 이 시점에 핵실험이 필요한지, 핵실험을 할 경우 예상되는 외교 후폭풍 또는 외교 우위, 북한 주민 결집 효과 등을 고려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만약 북한의 목표가 끊임없이 강화되며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핵 위협을 과시하는 것이라면 핵실험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미 북한이 해 온 많은 것이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김정은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있으며 곧 우리가 전혀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의 행동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봄부터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동향을 포착했으며, 모든 준비를 끝내고 김 위원장의 최종 결심만 남았다고 평가해왔다.

사일러 담당관은 "김 위원장은 그의 아버지가 한 것과 같은 고민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 실현의 실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점"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해결책은 "외부에 적을 만들고, 외부의 전략적 환경에 의해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당성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도 한미동맹의 압도적 힘을 이해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외부 환경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부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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