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국가대표 전지예가 19일 경기 고양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고양=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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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엔 신나는 춤바람이 불 예정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이 새 종목으로 첫선을 보인 데 이어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이는 ‘브레이킹(breaking)’도 파리올림픽에서 사상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남녀부 각 1개씩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우리나라 여자부에선 전지예(24)가 “역사적인 올림픽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의 연습실에서 만난 전지예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막 퇴소하는 길이다. 다음 달 24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에 대비해 근력 훈련 위주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쉽지 않았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퇴소 직후인데 휴식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엔 “연습실이 더 마음 편하다”라며 웃었다.
첫 국가대표 선발전(브레이킹 K)이었던 2021년엔 여자부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엔 당당히 1위에 오르며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대표팀 막내이기도 한 전지예는 “지난해는 ’무조건 1등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가장 열심히 살았던 해였다“며 “선발전 1위를 한 뒤엔 홀가분한 마음과 ‘다시 시작해야지’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고 돌아봤다.
브레이킹 국가대표 전지예가 19일 경기 고양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고양=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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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춤이 좋아 췄을 때보다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다니 마음가짐과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한다. 전지예는 “나라를 대표하는 데다 첫 아시안게임ㆍ올림픽을 앞두고 있다보니 책임감이 부쩍 커졌다”면서 국가대표의 적지 않은 무게를 털어놨다. 이어 “부모님도 예전엔 ‘즐겨라. 재미없으면 그만해도 돼’라고 하셨는데, 요즘은 은근히 좋은 성과를 기대하신다”라며 웃었다.
브레이킹과의 첫 만남은 의외로 운명적이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 피겨스케이팅을 했는데 너무 늦게 접한 터라 한계를 절감하고 2년 만에 그만뒀다. 이후 댄스 학원에서 브레이킹을 처음 배웠는데 이번엔 ‘낯가림’이 문제였다. 전지예는 “처음 ‘사이퍼(Cyperㆍ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혼자 춤을 추는 것)를 하는데 그 많은 눈길을 견디기 어려웠다. 나와 안 맞는 것 같았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브레이킹 스승이 그의 재능을 한눈에 발견하고 꾸준히 추천했다고 한다. 그는 “내 브레이킹 동작을 보시고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동작을 하나씩 가르쳐 주셨다. 조금씩 자신감을 얻으며 브레이킹에 스며들어 갔다”라고 회상했다.
춤꾼에겐 저마다 고유의 닉네임이 있는데 전지예는 ‘프레시벨라(Freshbella)’다. ‘신선하고 아름다운 춤을 보여주라’는 뜻을 담아 스승이 지어줬다고 한다. 일반 대회에서도 이름보다 닉네임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프레시벨라’는 사실상 전지예와 같다.
브레이킹 국가대표 전지예가 19일 경기 고양시 연습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양=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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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점수와 난이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춤꾼의 개성과 창의력이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자신만의 고유한 ‘시그니처 동작’이 필요하다.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댄서가 서로의 시그니처 동작을 알고 있을 정도다. 반대로 남의 것을 복제하면 큰 감점 요인이 된다. 다만 상대의 시그니처 동작을 따라하며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도발하는 것은 예외다. 전지예는 자신의 시그니처 동작으로 기본 ‘에어프리즈’를 변형해 한 팔로 다리를 잡는 동작을 소개했다. “내 뒷모습만 봐도 ‘프레시벨라구나’하고 알아 본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양한 동작을 선보여야 한다. 전지예는 “배틀을 할 때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안 된다. 배틀 중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며 쉴 때도 다음에 어떤 동작을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런 전지예가 주로 영감을 얻는 곳은 초기 힙합인 ‘올드 스쿨(Old School)’이다. “동작의 기원을 생각하고 깊이 있는 동작을 추구한다. 또 기본 동작에서 나만의 각, 선을 만들려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레이킹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이후 한국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서울의 초ㆍ중등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의 일환으로 브레이킹을 배울 수도 있게 됐다. 전지예는 “일본의 경우 어릴 때부터 선수 발굴 및 양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저변이 넓혀질 토대가 마련됐다”라고 반겼다.
브레이킹 국가대표 전지예가 19일 경기 고양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고양=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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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역시 파리올림픽에서 역사적인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은 따 놨지만,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올해 열리는 4~5개 국제대회에서 착실히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일단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 올림픽에 직행한다. 그렇지 않으면 랭킹 포인트로 ‘올림픽 퀄리파잉(qualifying)’을 치러 전체 16위 안에 들어야 하는 등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
‘종주국’격인 미국도 강국이지만, 최근엔 일본과 우리나라, 중국 등 아시아권이 초강세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이 여자부 1, 3위를 휩쓸었다. 남자부는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가 강하다. 전지예는 “올해 국제대회에서 차곡차곡 역량을 쌓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나아가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획득하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계속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겠다. 아울러 후배들에게도 존경받을 수 있는 댄서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전나경 인턴기자 jnak02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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