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친윤 독주, 야는 이재명 로펌
외연확대 없이 골수지지층만 의존
중도층 먼저 잡는 쪽이 총선 승기
외연확대 없이 골수지지층만 의존
중도층 먼저 잡는 쪽이 총선 승기
김정하 정치디렉터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국민의힘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외연을 축소하고 있다. 20대 남성층에서 인기가 있던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한 데 이어, 중도층에서 일정 지분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봉쇄하려고 경선 룰을 바꿨다. 그러다 이번엔 보수층에서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시사하자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십자포화를 퍼부어 결국 그를 주저앉혔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의 ‘싸가지’, 유 전 의원의 ‘삐딱선’, 나 전 의원의 ‘과욕’이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있다. 아마 부분적으론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친윤계가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장악하기 위해 견제 세력을 사전 제압한 것이란 게 총체적 진실에 가깝다고 본다. 이런 일들은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이 환호할 소재이겠으나, 당 외곽의 연성 지지층이나 잠재적 고객인 중도층에겐 눈꼴사납게 비치기 십상이다.
한국 유권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강자의 힘자랑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기세등등하던 친박계가 ‘진박(眞朴) 공천’ 운운하며 위세를 과시하다 한숨에 몰락했던 걸 벌써 까먹은 것 같다. 윤 대통령은 보수가 총집결한 지난해 대선에서 고작 0.7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 전 대표, 유 전 의원, 나 전 의원의 지지자들을 모두 끌어모아도 될까 말까다. 그런데 뭘 믿고 저러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두해 입장문을 읽으려고 할 때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라고 외치자 이 대표가 ‘쉿’하는 동작을 취하는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
국민의힘에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상태가 비슷하단 거다. 어쩌면 더 심각한 수준일지 모른다. 최근 민주당이 한 일 중에 ‘이재명 대표 방탄’ 말고 국민에게 인상을 남긴 게 뭐가 있나. 대장동ㆍ성남FC 등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민주당하곤 상관도 없는 일인데 마치 당 전체가 이 대표 변호를 맡은 로펌처럼 움직인다. 가정이지만 만약 이 대표에게 유죄가 나오면 당을 해체라도 할 요량인가? 169석의 공당이 대표 개인의 법적 문제에 당 전체의 운명을 거는 건 블랙 코미디다. 지난 22~23일 유권자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95% 신뢰도,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검찰 기소 시 이 대표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가 63.8%,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가 27.9%였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세 명 중 한 명(33.4%)은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봤다.
1월22~23일 실시된 YTN-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 '검찰 기소시 이재명 대표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결과 [엠브레인퍼블릭 제공] |
게다가 민주당이 방탄에 몰두하면서 당의 혁신 논의가 실종된 게 더 큰 문제다. 20년 집권을 큰소리치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으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어떤가. 아직도 대선이 진행 중인 것처럼 “윤석열 악마화”(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에만 열중할 뿐 자기 성찰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면 이 대표의 ‘개딸’이야 열광하겠지만, 새로운 지지층이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상기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는 유권자는 전체의 24.4%였다. 특히 18~29세에서 44.5%였고, 30대에서도 32.8%나 됐다. 내년 총선의 향배는 20~30대 중도층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 중 어디라도 먼저 이성을 되찾고 외연 확대에 나서는 쪽이 총선에서 승기를 잡을 게 분명하다.
김정하 정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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