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년 만 첫 판결 나온다…"법 규정 모호해 시간 소요"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김효정 기자]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반대를 위한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및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다음달 나온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 규정이 모호해 수사와 재판에 시간이 소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2월 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제강 법인과 대표이사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갖는다.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관련 판결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제강에서는 지난해 3월16일 협력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1.2톤짜리 방열판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지난해 11월3일 한국제강 법인과 A대표를 기소했다. 사고 발생 후 기소까지 수사에만 8개월이 걸렸다.

'중대재해 발생 1호'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해 1월29일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채석장이 붕괴되면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사건을 수사한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지난해 6월 삼표산업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7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모호한 법 규정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에서 안전의무를 확보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사업주 등이 해야 하는 조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할 것', '필요한 인력을 갖춰 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것' 등 으로 규정돼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표현이 담겨 있는 것이다.

불명확한 표현으로 헌법재판소 판단을 요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소 1호' 기업인 두성산업은 지난 18일 "법률 일부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경우 재판은 잠정 중단된다.

고윤기 변호사(로펌 고우)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살인처럼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증명되는 게 아닌데다 법 규정이 모호해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어느 정도까지 안전보건책임자의 책임이고 어느 수준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지 현재 법 규정으로는 구분이 어렵고 판례도 없어 기소도 재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된다. 책임 범위 뿐 아니라 안전보건의무 준수 여부, 회사의 노력 여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또한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산재 피해자 측의 항소, 상고가 불가피해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모호한 규정에 비해 처벌 수위는 높기 때문이다.

고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벌금형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며 "기업이 더 첨예하게 방어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재판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