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인천 계양구 한 유기견 보호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의원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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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분주한 설 연휴를 보냈다. 당권 경쟁이 크지 않은 지지율 격차 속에 진행되면서 각 주자는 취약층 공략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여성 군사기본교육 도입을 주장했다. 중도층과 일부 20대 남성을 겨낭한 행보로 분석된다. 안철수 의원은 북한이탈주민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고,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호평했다. 전통 보수층 구애 전략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란 이름의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당의 뿌리에 근거해 외연을 넓히기 위한 확장성이 필요하다”며 “연대와 포용과 탕평을 통해 당을 하나로 묶어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 연대)의 한 축인 장 의원이 차기 총선 공천권을 휘두를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당직을 약속하거나 그걸 고리로 뭔가를 한다거나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장연대로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당내 장 의원에 대한 반감도 커지면서 확장성 한계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청년·중도층이 관심을 보일 만한 주제를 공략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여성 군사기본교육 도입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성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모든 제도는 바꾸면 반발하는 분들이 생기게 돼 있다. 반대 의견이 무서워 제대로 바꾸지 않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에는 인천 계양구 한 유기견 보호쉼터를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김 의원은 청년·중도층의 표심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변수가 많은 결선투표를 피하려는 김 의원으로서는 대세론에 부합할 수 있는 압도적 지지율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이준석 전 대표 지지 성향 일부 20대 남성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한 매체에서 “이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가출하는 등 사고를 쳤고 넉넉히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질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같은날 SNS에 “이준석 때문에 질 뻔했다는 분은 그냥 데이터 무시, 민심 무시, 현실 무시하는 것”이라며 “입 씻는 것을 넘어 뒤통수까지 가지는 말자”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SNS에서 “일각에서 ‘이대남’ 표심을 잡으려고 내놓은 정책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금기시했던 주제를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이 전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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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취약층인 전통적 보수 지지층 구애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북한이탈주민과 오찬간담회를 했다. 안 의원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제 목표는 1차에서도 1등하는 후보”라며 “수도권 민심도 잘 알고 중도 표심과 2030 표심을 모을 수 있는 사람, 공천 갈등 등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세 가지 조건에 다 부합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를 예방했다.
안 의원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도 구애했다. 지난 21일과 22일 잇달아 SNS에 “적군이 이순신에게 트라우마가 있듯, 민주당은 윤석열-안철수 콤비를 가장 두려워한다”, “尹·安이(유난히) 잘하는 국민의힘”, “대통령 윤석열, 당대표는 안철수” 등의 글을 올려 친윤석열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2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김 의원과의 결선투표 대결시 자신이 앞선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안 의원은 지난 23일에는 SNS에서 “윤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연합) 국빈 방문에 대해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집중력 있는 노력으로 국빈방문을 성사시켰고 큰 경제외교 성과를 안고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타국의 관점을 빌려와 우리의 외교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국익이나 국민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이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철새 정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포탕론을 안 의원이 ‘말장난’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상대 후보에 대해 표현하는 걸 점잖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연포탕을 외치다 그 다음날 갑자기 진흙탕을 외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김 의원이 “이재명 대표는 사실 흙수저 출신이지 않나. 우리 당 대표도 흙수저 출신인 제가 돼야 맞상대가 된다”고 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안 의원은 또 “예전에도 ‘김장연대’ 한다고 하고 오랫동안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김치 냉장고를 산다고도 하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며 “상황이나 전략에 따라서 자꾸 이야기가 왔다갔다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SNS에서 김 의원의 여성 군사기본교육 공약에 대해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민방위 훈련에 대해 남녀를 이렇게 분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김 의원의 이번 공약은 안보 공약이 아니라 젠더 공약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윤 대통령이 내건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도 아직 이행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윤 대통령 공약 지원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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