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주요인은 사교육비, 주택가격, 실업률
사교육비 2021년 23조4000억원…역대 최고
정부 저출산 대책은 매번 양육비 지급에 그쳐
사교육비 경감방안 등 근본원인 해결이 당면과제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로 학생들이 향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자기 먹을 것 다 갖고 태어난다” “낳아놓기만 하면 알아서 크게 마련” 등은 쉰내 나는 옛말이 됐다. 태교부터 사교육을 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 사교육비 부담은 부동산(주택 가격), 취업과 더불어 저출산 ‘3대 요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가 됐다.
사교육비 부담과 저출산의 상관관계는 지난 2021년 8월 감사원이 발주해 한국행정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 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감사를 위해 연구용역을 받은 결과, 사교육비, 주택 가격, 실업률이 출산율·혼인율과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등이 많아질수록 출산율·혼인율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혼인율은 주거비용과 실업률과의 상관관계가 일관되고 매우 높았고, 출산율은 특히 초등과 고등 부문 사교육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전했다. 혼인에는 주거안정성과 취업 여부의 영향이 컸고, 출산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이 클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형태가 뚜렷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석학의 연구도 한국의 토양에서는 위와 비슷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전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가 제시한 출산 관련 경제모형에 따르면 부모는 몇 명의 자녀를 낳을지 결정할 때 자녀가 우수한 역량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양육비용과 자신의 경제력을 따진다. 자녀가 우수한 역량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양육비용이 국내에서는 결국 사교육비가 된다는 것이다.
저출산 ‘3대 요인’ 꼽힌 사교육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의무교육도 아닌 사교육비의 부담이 어느 정도이기에 출산을 주저하는 요인까지 되는 것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17년 18조7000억원, 2018년 19조5000억원, 2019년 21조원으로 해마다 상승해왔다. 2020년에만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에는 23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2017년 27만2000원, 2018년 29만1000원, 2019년 32만1000원, 2020년 30만2000원, 2021년 36만7000원으로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사교육비 부담이 저출산 주요인으로 꼽히는 와중에도 정부 대책은 양육비 지급 등 겉핥기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부모에게 통합 지급하는 내용의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세웠다. ‘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은 올해부터 만 0세 아동 양육가구에는 시설 이용 여부 관계없이 월 70만원, 만 1세 아동 양육가구에는 월 35만원 등을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양육비 지원 등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총 271조9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산율 끌어올리기에 실패했는데 급여 지급 규모와 대상만 바꾼 정책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근본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민호 선임연구위원은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수준에서의 소극적 정책이 아닌 장려 요인을 촉진하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며 “출산과 혼인에 대한 긍정적 인센티브로서 주거나 교육비, 취업 등의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kate01@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