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옷을 재활용한 아디다스 제품을 입었다는 가짜 모델들. 사진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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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가 공장 노동자들이 입었던 옷을 재활용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뉴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가짜 아디다스 이메일 주소로 세계 패션 매체와 블로거들에게 ‘보도자료’가 전달됐다.
이 자료에는 아디다스가 캄보디아 노동조합의 지도부 출신을 올 초 취임한 비에른 굴덴 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회사 사령탑을 맡을 공동 CEO로 선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팬데믹 기간 임금이 체불된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6개월간 입었던 옷을 ‘업사이클’한 의류가 ‘리얼리티웨어’라는 제품군에 포함되며, 해당 제품 디자인에 미국 래퍼인 퍼렐 윌리엄스가 참여한다고 전했다.
자료엔 멍이 들거나 피를 흘리는 모델들이 청중 앞에서 리얼리티웨어를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 자료도 포함됐다.
여러 패션 뉴스 웹사이트와 블로그들은 가짜 보도자료에 속아 기사를 쏟아냈다.
패션 뉴스포털 ‘패션유나이티드’는 “아디다스가 과거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 노선을 크게 수정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포털사이트 MSN이 뉴스를 모아 제공하는 웹페이지에도 이와 비슷한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아디다스가 예와 관계를 끊은 이후 변화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디다스 측은 “아디다스는 해당 발표를 한 적이 없고, 맞는 내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수많은 언론들은 급히 기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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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거짓’ 사기를 벌이는 이들은 누구
예스맨이 다우 케미컬 대변인을 사칭한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예스맨 프로젝트’ 스틸. 사진 마이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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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디다스 가짜 보도자료 소동의 배후는 ‘예스맨’으로 확인됐다.
예스맨은 미국인 앤디 비크바움(본명 자크 세르빈)과 마이크 버나노(본명 이고르 바모스)가 만든 2인조 그룹이다. 이들은 가짜 웹사이트를 이용해 명의를 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한다.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 환경·노동 문제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거짓’을 통해 허를 찌르는 식이다.
이들이 유명해진 계기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사한 웹사이트를 만들어 이곳을 진짜 WTO 사이트로 착각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세계 유수의 단체들은 가짜 웹사이트에 있는 주소로 메일을 보내왔고 이들은 WTO 관계자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초청 메일을 받고 세계적인 경제 콘퍼런스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4년 BBC방송에서 단독 특종 보도한 인도 보팔 참사에 대한 다우 케미칼의 120억불 보상약속도 가짜 대변인으로 나선 예스맨이 친 '사고' 중 하나다.
보팔 참사는 1984년 유니온 카바이드 사의 살충제 공장에서 치명적인 가스가 유출돼 인도 보팔의 주민 수천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유니온 카바이드는 소액의 보상금에만 합의했고 이후 그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2001년 다우 케미컬이 유니온 카바이드를 인수했다.
이들이 다우 케미컬 대변인을 사칭하고 보팔 참사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인정한 거짓 방송 사건 직후, 다우의 주식은 잠시 폭락했고, 한 시간 이내에 2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2009년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종식을 선언한 가짜 뉴욕 타임스의 특별판 8만부를 뉴욕과 LA에 배포하기도 했다.
또 미국 상공회의소, 맥도날드,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등의 관계자나 당국자인 것처럼 속여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한 바 있다.
‘예스맨’, ‘예스맨 프로젝트’, ‘예스맨 프로젝트2’ 포스터. 사진 마이미디어, IM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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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의 행적은 ‘예스맨’(2003), ‘예스맨 프로젝트’(2010), ‘예스맨 프로젝트2’(2014) 등 세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앤디 비크바움과 마이크 버나노는 직접 연출을 하며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익살스러운 상황 묘사, 당하는 이들의 당혹해하는 모습 등 영화를 통해서도 자신들의 블랙코미디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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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가 예스맨의 타깃이 된 이유
아디다스 로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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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미디어 풍자를 성공시켜 온 예스맨이 아디다스를 이번 타깃으로 잡은 건 아시아 공장 노동문제로 보인다.
예스맨 마이크 버나노는 “아디다스는 그럭저럭 스캔들을 극복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린 워싱(친환경으로 위장하는 행위)의 대가”라며 “굴덴 CEO가 그동안 옳은 일에 관해 많은 말을 했는데, 우리가 한 일은 그들이 실제로 행동하도록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아디다스 납품업체 노동조합은 팬데믹 동안 노조 활동을 한 노동자 해고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디다스 의류를 생산하는 캄보디아 8개 공장에서 노동자 3만여 명이 총 1170만달러(약 145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아디다스는 반유대주의 언행을 벌인 미국 힙합 스타 '예'(옛 이름 카녜이 웨스트)와 2013년부터 협업을 하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예와의 파트너십을 공식적으로 종료했으나 예가 출시한 신발·의류 브랜드 ‘이지’ 재고품은 다른 이름을 붙여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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