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린, 제 29회 크리스탈상 수상
‘무엇이 실종되었는가?’ 프로젝트 발표
토지사용 관행 개혁·생물다양성 복원 가능
‘무엇이 실종되었는가?’ 프로젝트 발표
토지사용 관행 개혁·생물다양성 복원 가능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 예술가인 마야 린이 제 29회 크리스탈 어워드를 수상했다. 다보스포럼에서 매년 예술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크리스탈 어워드는 개막식과 함께 수상식을 진행하며, 수상자는 포럼 참석자들 앞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마야 린은 ‘무엇이 실종되었는가’라는 다학제적 프로젝트로, 토지 사용 방식을 바꿔 생물 다양성을 복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연합] |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전세계 정·재계, 학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구촌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시작한 지난 16일, 한 예술가가 이들 앞에 섰다. “우리가 토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꾼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또한 생물 다양성을 복원할 수 있다”
제 29회 크리스탈 어워드를 수상한 마야 린(Maya Lin·64)은 수년간 집중해 온 ‘무엇이 실종되었는가?(What's missing?)’이라는 다학제적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현재 대량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에 대한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예고된 암울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변화로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일성이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은 때때로 우리가 세계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직면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하고 현실가능한 길을 상상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마야 린, ‘베트남 참전용사비’ 전경 [헤럴드DB] |
마야 린, 베트남 참전용사비’ 전경 [헤럴드DB] |
마야 린은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 예술가다. 그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프로젝트는 워싱턴 D.C.의 ‘베트남 참전용사비’(1982)다. 두 쌍의 검은 화강암이 125도 각도로 만나는데, 양 끝이 가장 낮고 관람자가 두 벽이 만나는 지점을 향해 내려갈수록 높아지는 디자인이다. 이 벽엔 베트남 전에 죽거나 실종된 미국인 5만5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관람객들은 이 벽 앞에서 연대기순으로 쓰인 이름을 보고 지나간 시간을 가늠한다. 멀리서 보면 펼쳐진 책 형태이기도 한데, 당시 예일대 4학년 재학중이던 마야 린의 설계안은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전쟁기념비와 달리 영웅적이거나 희생을 강조하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작가는 여성 권리(예일대 Women's Table·1993), 시민권(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시민평등권 기념센터·1989),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 기후위기 등 우리시대 주요 문제들을 예술과 과학을 넘나들며 환기해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면서 린의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관에 대해 “우리가 희생과 애국심,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마야 린은 2007년부터 ‘지속가능함’을 화두로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고민하고 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도 3월 11일까지 마야 린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린의 대표적 스타일을 보여주는 설치 및 조각 작업을 1층 전면 전시공간에 선보인다. 전시작 중 두 점 ‘핀 강-임진 그리고 한’, ‘마블 한강 댐’은 한강의 움직임과 구성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스테인레스 스틸 핀과 유리를 소재로 물의 시각적, 질감적 특징을 살렸다. 페이스갤러리는 “물에 관한 조각적이고 지형적 연구결과로, 인간이 만든 구성물을 자연 자원이 거스르거나 초월하는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기후 위기의 영향을 탐구하며 과거와 현재를 융합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크리스탈 어워드는 다보스포럼의 세계 예술 포럼으로 의장인 힐데 슈왑이 매년 수여한다. 올해 상은 단기적·선형적 사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준 문화예술인들에게 돌아갔다. 마야 린 외에도 음악을 통한 건강 회복 연구에 기여한 미국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국제농업개발기금(IFAD)과 협력해 농촌 빈곤층 지원 활동을 벌인 할리우드 배우 이드리스·사브리나 엘바 부부가 함께 수상했다.
마야 린 개인전 ‘Nature Knows No Boundaries’ 전시전경↑ [페이스갤러리 제공] |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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