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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베이징의 '역사적'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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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월1일 베이징의 한 식당 모습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는 필자는 최근 한국 내 지인들과 연락할 때마다 "중국 코로나 난리라던데 너 괜찮냐?"는 질문을 받는다.

"난 이미 걸렸고, 이젠 괜찮다"고 답해도 상대는 좀처럼 믿지 않는다.

사내 특파원 칼럼의 순번이 돌아오면서 우선 베이징의 실상을 경험하고 있는 그대로 독자들과 공유할 필요를 느낀다.

◇'3년 제로 코로나'서 해방…최악 시기 넘기며 빠르게 일상 회복

작년 12월 7일 자로 '제로 코로나'를 접은 중국에서는 12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기이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감염이 확산했다. 감염자는 앓느라 집에 있고, 비감염자는 걸릴까 겁이 나 집에 있는 통에 베이징이 '유령도시' 같았던 때가 있었다. 그 시기 승합차에 실린 채 밀려오는 시신을 감당하느라 화장장 연기가 꺼질 때가 없을 정도였다고 하고, 의약품과 중증자 병상 부족도 심각했다.

그런 최악의 시기는 지난듯하다. 지금은 감염 후 회복해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이름난 식당은 점심때 빈자리를 찾기 어렵고, 음식이 나오는 행사에서는 비감염자로 추정되는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마스크를 벗은 채 자유롭게 근거리에서 대화를 나눈다.

이런 베이징에서 필자는 특파원 생활 1년 6개월 만에 '이동의 자유'가 주는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부임 이후 돌아올 길이 봉쇄될 것이 우려돼 베이징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맘 편히 지방에 갈 수 있다. 베이징에 부임한 2021년 7월 3주간 시설격리를 했지만 최근 한국에 잠시 다녀온 뒤 격리 없이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어딜 가든 건강 애플리케이션 스캔으로 등록을 하고, 이틀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아야 했던 '압박'에서도 풀려났다.

이것이 '제로 코로나'에서 해방된 베이징의 '일면'이라면 봉쇄 중심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만을 표출한 '백지시위'에 참가했던 차오즈신(26)씨가 지난달 체포되기 전 '왜 나를 단죄하느냐'며 남긴 영상 메시지는 베이징의 또 다른 일면이다.

이곳 사람들이 PCR 검사와 '아파트 봉쇄' 등으로부터 해방됐지만 아직 집회와 시위의 실질적 '부자유'로부터 해방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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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27일 베이징의 백지시위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백지시위의 유산

중국 관찰자 상당수가 궁금해하는 것이 하나 있다. 중국 지도부가 위드 코로나로 '급변침'하기까지 '백지 시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지다.

혹자는 말한다. 그간 중국에서 특정 이슈와 관련한 '불만 세력'이 있어도 전인구의 5%를 넘지 않았으나 이번에 3년 가까이 집행된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표출된 불만은 전례 없이 광범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키보드 전사'에서 벗어나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 모여 어떻게 행동하자고 결의했고 실제로 행동했다. 키보드 여론이 이처럼 대대적인 오프라인 단체 행동으로 연결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분명한 것은 중국인들이 자신의 불만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넘어 행동함으로써 변화를 보았다는 점이다.

또 성공과 승리만 있는 관영매체의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1인 미디어와 SNS에서 흘러 다니는 조각 조각의 정보들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중에게 전해지는 정보를 '지배'해온 중국 공산당에게는 큰 도전임이 틀림없다.

인터넷 공간을 여론수렴의 '광장'이자 공동 행동의 '수단'으로 활용해본 대중과 집권 공산당의 관계는 백지시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전망이다.

곧 중국 기층 관료사회의 주류가 될 1970년대 이후 출생 관료들은 선배들보다 인터넷에 능하다. 더 기민하게 인터넷에서 피어오르는 민심에 대응할 수도 있고, 더 강력하게 통제하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때 중국 통치자와 피통치자 간의 '긴장'과 '밀당'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베이징의 2022년이 '역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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