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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가루쌀'로 밀 대체한다지만…업계 "가격·공급량부터 선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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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가루쌀 15개 제품군 신제품 개발 공모

식품업계 검토 나섰지만…"쌀로 밀 대체 어렵다" 갸웃

가루쌀 공급 부족…가격도 수입밀 대비 3배 이상 비싸

"글로텐프리 시장, 가능성 있어…구체적·장기적 계획 필요"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우리쌀 소비 확대 일환으로 올해부터 ‘가루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당장 가루쌀로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겠다지만 쌀과 밀의 특성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가루쌀의 공급능력과 가격이 현재 상황에서는 제품화에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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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농촌진흥청 차장이 지난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루쌀 안정생산 등 2023년 농촌진흥청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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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달 3일까지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대상자를 공모한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참여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지원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쌀 가공식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지난해 6월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6개월여 만에 발표된 것. 가루쌀은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건식제분이 가능토록 개발된 품종으로 이를 원료로 한 제품을 늘려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2027년까지 가루쌀 20만t을 공급해 연간 수입 밀가루(약 200만t)의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지원사업에선 면류와 빵류, 과자류 등 15개 제품군의 신제품 개발에 참여할 식품업체를 공모하고 1개 제품군 당 2억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입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식품업계에선 다양한 원재료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우리쌀 소비 확대라는 취지에도 나란히 공감대를 보였다.

다만 가루쌀을 수입 밀가루 대체재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A사 관계자는 “밀과 쌀은 그 특성이 달라 기존에 밀로 만들던 면과 빵, 과자 원료를 쌀로 대체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쌀은 글루텐이 없어 점성과 탄력이 약해 가공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라붙는 찰기는 오히려 강해 기존 설비로는 양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입자 또한 밀이나 기존 쌀가루 대비해서도 거칠다는 지적도 있었다.

가루쌀 제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 역시 현재의 가루쌀 공급량과 가격으로는 쉽지 않다.

B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신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현재 가루쌀 공급량이 많지 않아 대규모 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가루쌀 가격이 수입 밀가루는 물론 기존 쌀가루보다도 비싸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 만큼의 가격을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시중 가격을 기준으로 일반 쌀가루는 수입 밀가루 대비 최대 3배 가량 비싸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루쌀은 일반 쌀가루보다도 비싸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중장기적이면서도 보다 구체화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사 관계자는 “2008년 ‘우리밀 살리기 운동’, 2010년 전후 ‘한식 세계화 운동’ 당시에도 식품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제품들을 선보였지만 일회성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글루텐 프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쌀로 만든 제품이 상업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꾸준히 제품을 찾는 수준의 시장으로 육성하려면 꾸준히 가루쌀 개발 및 생산 확대, 가격 구조 개선, 다양한 제품 개발까지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지원사업에 나선 것은 보다 다양한 가루쌀 제품을 확보해 우리쌀 소비를 늘릴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것”이라며 “가루쌀은 초기 단계로, 현재의 높은 가격이 시장 가격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상황이다. 올해 1만t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해 식품업체들과 함께 적정 가격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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