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56명… 전년보다 8명 더 많아
총 229건 입건… 기소는 11건 그쳐
전문가들 “규정 모호해 수사 길어져”
정부, 처벌요건 구체화 법 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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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지만 법 시행 이후 적용대상 기업의 중대재해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의 모호한 처벌 요건을 구체화하고 사고 예방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 법 시행 후에도 사망자 감소 효과 미미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재해조사 대상’ 근로자는 총 644명으로 2021년보다 39명(5.7%) 줄었다. 하지만 이 중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또는 공사비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256명으로, 2021년보다 오히려 8명(3.2%) 늘었다. 업종별 사망자는 건설업(53.0%), 제조업(26.6%) 순으로 많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뒤에도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법 시행 이틀 뒤였던 지난해 1월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는 토사 붕괴 사고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같은 해 2월에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공장 폭발(4명 사망), 9월에는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7명 사망) 등으로 사고가 잇달았다. 경남 창원시 에어컨 부품 제조사인 두성산업은 지난해 2월 독성물질로 인한 급성중독 환자가 16명 발생해 직업성 질병과 관련해선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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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관련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은 총 229건 입건됐지만 고용부가 수사를 마친 것은 지금까지 52건(22.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사건 처리율(63.7%)을 밑돈다. 이 중 고용부가 검찰로 송치한 34건 가운데 기소된 것은 현재 11건이다. ‘중대재해법 1호 기소’ 사례인 두성산업은 1심 재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수사 대상과 범위가 넓고 기업들도 CEO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동원하는 등 수사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법 규정 모호-수사 장기화에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법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혐의 입증이 어려워 수사가 길어지는 점도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 의무를 지는 주체나 그 내용이 불명확하다 보니 법을 지키고 싶은 기업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기업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응에만 집중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는 소홀히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으로 이미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에서 사망 사고가 또 일어난 사례도 있다. 대형 건설사인 DL이앤씨는 지난해 총 4차례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져 중대재해법 수사를 받고 있다. 공기업인 코레일 역시 지난해 3∼11월 4차례 사망 사고를 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를 낮추고 예방 중심으로 법을 개정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수사를 더 철저하게 하고 책임자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1∼6월) 내 처벌 요건을 명확하게 개선하고 기업의 사고 예방 조치와 안전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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