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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정부의 화물연대 '뒤끝작렬'…안전운임까지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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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최대 쟁점이던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안전운임제

운임 권고 수준으로 돌리고 처벌도 완화…사실상 제도 무력화 추진

공정위, "화물연대 노조 아냐" 결국 고발 강행…'공정거래법의 노동 적용제외' 법리도 무시

같은 날 민주노총 압수수색 벌인 尹정부, 정치적 국면 전환 노리고 노동계 압박하나

노컷뉴스

지난달 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 제2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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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상대로 일제 압수수색을 벌인 18일, 정부가 지난해 총파업을 벌였던 화물연대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한껏 높였다. 단 하루 사이에 벌어진 '노조 때리기'의 배경에 정치적 셈법이 숨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화물연대 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 사실상 무력화 추진

이날 국토교통부는 공청회를 열어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이 끝난 후 정부는 지난해 12월 화주와 운수사, 화물연대를 포함한 차주 및 전문가로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발족해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하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겨우 한 달 만에 협의체가 해산됐고, 정부의 방안 발표시점도 애초 예고됐던 오는 3월에서 대폭 앞당겨지면서 방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졸속 발표' 우려가 제기되던 터였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은,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가 가이드라인 수준인 '표준운임제'로 제한돼 사실상 '사문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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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부가 주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요구사항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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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에서는 화주와 운송사간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차주간 '안전위탁운임'을 정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제공하는 화주, 운송사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반면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차주 간의 운임만 고정할 뿐, 화주-운송사 간의 운임에는 권고 수준인 '표준운임'만 제시한다.

고정된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한 운송사·차주와 직접 계약한 화주에 대한 처벌도 시정명령부터 내린 후 제재하는 등 수위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제도의 강제력이 사라지게 됐다.

화주와 운수사, 차주가 각각 3명씩 같은 수로 구성해 운임을 결정했던 운임위원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는 운수사와 차주를 각각 2명으로 줄여서 화주 측 위원이 한 명 더 많아지고, 정부가 결정하는 공익위원 비중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 화주와 정부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비용 인상을 근거로 안전운임제 폐지를 주장한 화주 대기업만의 의견을 선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사실상 제도를 폐지하는 수준의 개악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록 운송사-차주 간의 운임을 고정하더라도, 애초 운송사에 돈을 주는 화주의 운임 수준을 강제하지 않으면 당연히 운송사, 차주로서는 화주가 적게 지급한 돈을 갖고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기존 안전운임제에서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돼도 정작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제도위반·회피가 만연한 가운데 처벌을 완화하면 제도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국토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에서도 안전운임제 존속여부에 대해 화주기업 중 32.9%가 일몰제 폐지, 23.5%가 일몰제 추가 연장을 요구해 제도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56.4%로 안전운임제 폐지 의견(43.5%)보다 10% 이상 높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화물연대 노조 아냐" 검찰 고발…정부의 '국면 무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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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 제2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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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총파업 당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3차례에 걸쳐 서울과 부산의 화물연대 사무실의 현장 조사를 시도했는데, 화물연대가 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아예 노조로 간주하지도 않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는 구성원 대부분이 사업자로 등록돼 운송을 하고 있고 상당수 위·수탁을 통해 업무를 보는 개인사업자"라며 "공정거래법은 2인 이상의 사업자가 있으면 사업자단체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애초 공정위의 조사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만약 파업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더라도 해당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이 대응하면 될 일이지, 노조의 파업은 공정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화물연대가 사업자가 아닌 노동자성을 가진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자, 특고)들의 조직인데다, 합법적으로 설립신고 된 산별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산하조직으로서 노동조합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애초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노동3권은 헌법 제33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고, 화물연대의 파업과 노동조합 활동은 기본권 행사"라며 "공정위는 노동3권의 보장취지와 방향도 다르고 규율대상도 다른 공정거래법의 잣대로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들 화물운전 기사를 "재벌 대기업과 운송자본의 이윤추구과 책임 회피를 위해 '외주화'된 노동자"로 규정하고, "화물노동자들은 노무제공 실질과 경제적 종속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따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화물연대를 고발한 것은 시장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독과점과 불정거래를 규제해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공정위의 역할 자체을 부정하고 노조 탄압에 나섰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이처럼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 조치가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 압수수색이 벌어진 날에 맞추어 잇달아 터져나온 배경에는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것이 노동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국제법 법리상 노동조합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 법리"라고 지적하고, "막상 법원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을 고려하면 '노조이면서 사업자 단체'라는 공정위 논리는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범위에 구체적인 제한이 없어 전문직 등의 이익단체도 공정거래법에서 다루지만,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있는 노동자·노조는 물론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종업원 일반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미국 등 해외에서도 통용되는 '노동에 대한 적용제외'(Labor Exemption) 법리다.

오 실장은 "법원에서 최종 결론은 한참 나중에 일어날 일이고, 당장은 공정위가 고발하고 검찰이 기소하면서 대대적인 여론 몰이를 벌이며 '노조에 잘못과 의혹이 있다'는 여론이 지속되는 것만도 정부로서는 충분할 것"이라며 "이를 국면 무마용으로 활용하고 대기업의 민원을 들어주는 데 악용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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