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장면, 당시 기술로 불가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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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2016년 내놓은 전기차 '모델X'의 자율주행 기능 홍보 영상이 연출된 것이란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실제 자율주행하는 모습을 담은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사실상 영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e)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급정거해 추돌하는 등 FSD 관련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완전자율주행이 불완전함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회사 내부에서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아쇼크 엘루스와미 테슬라 이사의 법정 진술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영상에 나온 일부 장면이 당시 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는 진술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엘루스와미는 테슬라에 9년 넘게 근무 중이며,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오토파일럿은 차선 내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가속 및 제동하는 기능이며, FSD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신호등과 표지판 등을 인식하고 차선까지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다.
테슬라는 당시 영상에서 차량이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한 주택에서 팔로알토 테슬라 본사까지 이어진 도로를 자율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엘루스와미는 차량이 사전에 입력된 지도를 따라 달린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차량이 스스로 길을 파악하면서 달린 게 아니란 얘기다. 엘루스와미는 또 차량이 신호등 빨간불에 멈추고 파란불에 가속해 출발하는 모습도 당시 기술로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엘루스와미는 진술서에서 당시 오토파일럿팀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지시에 따라 자율주행 시스템이 할 수 있는 기능을 시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의 목적은 정확하게 당시 차량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보단 시스템에 어떤 기능을 넣을 가능성이 있는지 묘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테슬라는 이 영상에서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법규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차량은 스스로 운전한다"고 홍보했다. 또 머스크는 트위터에 영상을 공유하고 "테슬라는 스스로 운전하고 주차할 곳도 찾는다"고 썼다.
엘루스와미 이사의 진술은 2018년 테슬라 차량을 몰고 가다 숨진 애플 전 엔지니어 월터 황의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황의 사망 이후 유족들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홍보 영상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테슬라 차량 사고가 잇따르자 회사의 자율주행 광고에 대한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미 법무부도 수사에 착수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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