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427만명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의 최대치
비임금근로자 비중 미국의 3.6배
새해엔 소비여력 위축, 위기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427만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총 자영업자 수는 11만9000명 늘어났다. 2002년 이후 20년만에 최대 폭 증가다. 자영업자에 무급가족종사자를 합한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약 60년 동안 줄긴 했지만 미국의 3.6배, 일본의 2.4배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는 새해다. 소비가 경제를 떠받친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주요 연구기관은 물론 정부마저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물가·고금리·고용불안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상당 수 자영업자가 외식·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9년 153만8000명에서 코로나 첫해인 2020년 137만20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1년 130만7000명으로 더 줄었지만, 지난해 136만5000명으로 반등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9년 406만8000명에서 2020년 415만9000명, 2021년 420만6000명, 지난해 426만7000명 등 코로나 기간에도 계속 늘었다.
산업별 취업자로 시선을 돌리면 자영업자 증가세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수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4.0% 증가했다. 이에 반해 2020년엔 6.9% 2021년엔 2.2%가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563만2000명이다. 지난해 증가한 이유도 있었지만, 원래도 많았다. 1992년 이후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단 한번도 500만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제활동인구가 2867만4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 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 꼴로 자영업자다.
국내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작아졌지만 2021년 기준 2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중에서는 8위로 순위가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는 콜롬비아(53.1%), 브라질(33.3%), 멕시코(31.8%), 그리스(31.8%), 튀르키예(30.2%), 코스타리카(27.4%), 칠레(24.8%) 등 주로 중남미 국가였다.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최하위인 노르웨이(4.7%)와 비교하면 5.1배에 달한다.
지난해엔 늘어난 자영업자를 감당할 만큼 수요가 증가했다. 재화소비는 일부 감소했지만, 대면소비(대면서비스업 생산)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런데 새해에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숙박·음식점 생산은 전월 대비 4.0%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은 대표적인 대면소비지표다. 코로나가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해 12월(-10.9%)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벌써 2개월 연속 감소다. 예술·스포츠·여가도 5.0% 줄었다.
정부 분석을 봐도 상황이 비슷하다. 기획재정부는 새해 민간소비가 2.5%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엔 4.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 증가세가 2.1%포인트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의 처분가능소득 등 소비여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는 경제위기가 닥친 이후 큰 폭 감소를 매번 경험했다. 외환위기(IMF) 여파가 있던 1998년에도, 금융위기 여진이 남았던 2009년에도 자영업자는 20만명 이상씩 감소했다. 1998년엔 28만5000명이 사라졌고, 2009년에는 25만6000명이 감소했다.
‘좀비’ 소상공인의 구조조정은 일부 감내해야 하지만, 이들이 대부분 대출을 낀 채무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미노 채권부실이 우려된다. 세심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규 진입 자영업자, 한계 자영업자들이 가진 부채가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전염병 사태로 일시적 위기에 직면한 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이들도 일부 대출을 받았다. 새해 본격적인 소비 침체에 들어서면 이들이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th5@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