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공개한 자사 전기차 충전 플랫폼 볼트업(Voltup) 사용 방법 영상 일부. /LG유플러스 유튜브 캡처 |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다가오면서 통신사들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보다 더 빠른 상황이어서 주요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여기에 통신사까지 참전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전기차 충전과 관련해 기존의 플랫폼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거나, 통신 인프라 유지·관리 인력을 충전기 관리에 활용하는 등 각각의 장점을 살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13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전날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으로부터 전기차 충전 사업의 유·무형 자산 등 사업을 넘겨받는 영업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전기차 충전 플랫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기차충전 사업이 대규모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양사 시너지를 고려한 조치다”라며 “LG유플러스는 투자 또는 제휴가 필요한 부분을 맡고, LG헬로비전은 지역 중심 영업과 충전기 설치 등을 맡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 충전 통합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인 ‘볼트업’을 출시한다. 볼트업 앱은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알려주고, 원하는 시간에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예약을 도와준다. 전기차 충전을 하는 데 있어서 이용자의 시간을 줄여주는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자사 통신 요금에 가입한 소비자가 볼트업을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구독 서비스인 ‘유독’에 볼트업을 추가하는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는 현준용 부사장을 수장으로 ‘EV 충전사업단’이라는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LG헬로비전은 환경부가 선정한 전기차 충전기 보급사업자로, 충전 시설 설치 및 유지 관리는 물론 전국 각지 충전기를 관제하고 통합 운영하는 역할을 해왔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뿐 아니라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등 전기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들과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고객관리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는 ‘홈앤차지(Home&Charge)’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충전기 설치 상담부터 현장 실사, 개통, 유지보수 등 전반적인 충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완속 충전기 6000여기를 운영 중이다. 홈앤서비스의 경쟁력은 그동안 서울시에 있는 공동주택 97%에 설치된 정보통신 시설물을 유지 관리하면서 전국 150여개 거점에 5000여명의 서비스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에 24시간, 365일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홈앤서비스는 최근 기아와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충전기 설치 신청자가 진행해야 하는 입주자 대표 회의 협의와 현장 상담 등 충전기 설치에 필요한 모든 실무를 대행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충전 중인 차량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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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지분 교환을 통해 사업제휴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KT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전국 주요 거점에 450여개 전화국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전화국의 필요성이 떨어지자 KT는 지난 2010년 부동산 사업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를 설립하고 유휴 부지를 개발해오고 있다. 예컨대 2014년 영동지사 부지에 신라스테이 역삼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을지지사에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2019년 신사지사에 안다즈 서울 강남, 2021년 송파지사에 아코르 그룹의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을 세웠다. 이처럼 전화국 부지들은 주요 도심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차량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대규모 충전 시설로 개발하기에 입지가 좋다.
통신 업체들이 전기차 인프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 시장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충전 인프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2.6대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국 30곳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도 전기차 소유주들은 충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까운 충전소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다른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경우 수십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아직까지 뚜렷한 선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업체들이 각자 장점을 살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3만5046대에서 2022년 16만4482대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는 연간 판매량 20만대를 무난하게 넘을 전망이다. 이에 환경부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30% 이상 늘리고, 현대 10만대 수준의 충전기 수는 2025년 50만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사업 시장규모는 2022년 약 3000억원에서 2030년 2.5조원으로 8배 성장할 전망이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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